"5·18에서 미얀마를 봅니다"…한국 시민들도 세 손가락 들었다

5·18 서울기념식에 미얀마 시민사회단체 참석, 기념사 낭독
"한국은 미얀마가 닮고 싶은 나라…한국 정부, 긴급구호 나서달라"

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 활동가들이 18일 오전 서대문형무소에서 열린 '5·18 민중항쟁 제41주년 서울기념식'에 참석했다. 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 제공
"대한민국의 1980년, 5.18민주화운동과 지금 미얀마는 똑같은 상황입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군부 쿠데타와 비무장 양민에 대한 학살. 돌아가신 영령들의 도움으로 이후 한국은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이뤄, 미얀마가 닮고 싶은 나라가 됐습니다."

18일 오전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5.18 민중항쟁 41주년 서울 기념식이 열렸다. 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는 5.18재단의 초청을 받아 기념식에 참석했다.

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 정범례(55) 대표와 버마민족민주동맹 얀 나이 툰 한국지부장이 준비해 온 기념사를 한국어와 미얀마어로 읽어내려가자,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연대'의 의미로 하나둘 세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이 광경을 지켜본 정 대표는 "가슴 뿌듯했다"고 한다.


정 대표는 "시민들이 힘내라는 이야기도 많이 했고, 미얀마 유학생들에게 다가와서 손을 잡아주기도 했다"며 "다들 감동했고 힘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단체는 이날 기념식에서 미얀마 군부의 폭력을 또 한 번 고발하며, 한국 정부에 긴급구호 조치를 촉구했다.

이들은 기념사에서 "희생된 민주투사가 800명에 가까워졌고, 체포나 구금된 사람도 5천 명가량으로 체포된 이들은 심한 고문을 당하고 있으며, 여성들은 성폭행까지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사 쿠데타 반란 세력의 공습과 학살을 피해 태국과 미얀마 국경지역 정글에서 6만여명의 미얀마 난민들이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숨어지내고 있다"며 "부디 한국 정부가 긴급구호로 이들을 살려달라. 시간이 얼마 없다"고 호소했다.

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 활동가들이 18일 오전 서대문형무소에서 열린 '5·18 민중항쟁 제41주년 서울기념식'에 참석했다. 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 제공
단체는 현재의 미얀마 민주화 운동과 5·18 민주화 운동이 닮아있다고 짚었다. 해외주민연대(코코) 강인남 대표는 "인생으로 보면 닮고 싶은 선배의 모습"이라며 "쿠데타가 이뤄지기 전의 사회 배경을 다 떠나서, 무자비한 군부에 맞서 시민들이 용감하게 싸운 결과 민주주의를 이룬 한국이 미얀마 시민들에게는 계속 싸울 수 있는 에너지이자,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민주주의가 오는지를 광주를 통해 계속 배워간다고 생각한다"며 "광주 시민 목소리가 미얀마 시민 목소리다. 가장 평범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민주화에 중요하다"고 했다.

단체는 현지 미얀마 시민들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만큼, 국제사회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우리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정 대표는 "(미얀마는) 곧 우기인데 비도 피할 수 없고, 말라리아 뎅기열이 창궐한다"며 "평화유지군을 도입하는 등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한국이 앞장서서 무력 개입 등을 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말만 많지, 지원한 것은 없다. 식량, 주거 등 긴급하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단체는 미얀마 국경지대에 '코리아 세이프존'이라는 난민 캠프를 건설할 예정이다.

단체는 미얀마 시민들을 돕기 위해 기금을 모으는 한편 중국, 미국 대사관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미얀마 군부와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포스코 등 기업에 대한 문제도 지속해서 제기하고 있다.

한 시민이 1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근처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사진전'에 전시돼 있는 사진을 보고 있다. 김정록 수습기자
한편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6번 출구 근처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관악갑지역위원회 주최로 '5.18 민주화운동 사진전'과 서명 운동이 진행된다. 서명에는 오후 4시 기준 30명가량이 동참했다. 일부 시민들은 걸음을 늦추고 5.18 당시 사진들을 들여다봤다.

현지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군부 쿠데타 발생 이후 군경의 총격과 폭력으로 700명 넘게 숨졌고, 4900명가량이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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