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여행 갈 정도로 친해"…손정민 父 "아무것도 안하곤 친구 운운"

손정민 친구 측, 제기된 의혹에 해명 입장문
"손씨와 절친…집에서 먹자했지만 손씨가 한강 제안"
"변호사 선임은 심리보호…신발, 낡고 토사물 묻어 버려"
"집안에 유력 인사 없어…경찰 조사 6차례, 가택수색도"
손정민 父 "친구 운운 가증…몇 가지 사실관계 틀려" 반박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故 손정민씨를 추모하는 물품이 놓여 있다. 박종민 기자
서울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신 뒤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의 친구 A씨 측이 사건 22일 만에 입장문을 냈다. A씨 측은 "손씨와 대학입학 이후 곧 친하게 됐다. 언제든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사이"라며 제기된 여러 의혹을 반박했다. 다만 실종 당일의 행적에 대해서는 "만취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손씨의 부친 손현씨는 "정작 중요한 사건 당일에 대해서는 술을 먹고 기억이 안 난다는 것 밖에 없더라"며 "친한 친구라고 주장하는데, 가증스럽다. 친한 친구가 실종됐을 때 찾으려고 노력한 것도 없고, 주검으로 발견된 뒤에 아무것도 안 한 사람들이 친구 운운하고 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해명에 일부 거짓도 있다"고 주장했다.

◇A씨 측 "해명하는 건 도리 아니라고 생각…변호사 선임은 심리보호 때문"

17일 A씨 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 정병원 변호사는 "지난달 28일 선임됐으며, 이달 3일부터 각종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으나 A씨 부모님은 '아직 그럴 때가 아니다'고 판단했다"며 "고인이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기되는 의혹이 억울하다고 해명하는 것은 유족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전히 저희는 아직 추모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지난주 토요일 어느 프로그램에서 저희의 입장에 대한 문자 및 전화통화 내용을 방영했다"며 "이로 인해 마치 저희가 처음으로 입장을 표명하는 것으로 비치고 있어서 불가피하게 이번 입장문을 내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입장문을 내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 반포한강공원 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해군 군사경찰 관계자 등이 원격무인잠수정(ROV)을 이용해 고 손정민 씨 친구의 휴대폰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여러 의혹을 낳았던 '변호사 선임 경위'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A씨가 지난달 26일 서초경찰서에서 첫 조사를 받았는데, 만취로 인해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경찰은 다음 날 오후 최면 조사를 했지만, 마찬가지로 당시를 기억하는데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정 변호사는 "경찰은 추가 조사가 있을 것임을 A씨와 그의 부모에게 고지했다"며 "당시 A씨는 절친한 친구가 실종된 충격과 걱정, 자신이 끝까지 챙기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매우 컸다. 어떤 감정적인 동요가 생길지, 극단적이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지,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지 않을지 등을 부모로서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A씨의 작은 아버지와 상의해 그의 친구인 본인을 만나 A씨를 심리적으로 안정시키고 자책감으로 인한 충동적인 행동을 막으며 안전하게 보호해 줄 수 있는 방안을 상의했다"며 "2차 최면 조사 때부터 변호사로 하여금 동행하게 하면서 A씨를 보호하고 자책하지 않게끔 조언하며, 최대한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게끔 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또 A씨와 손씨가 대학입학 이후 곧 친하게 된 사이로, 다른 친구들과 함께 수차례 여행을 다닐 정도로 친분이 있는 사이라고 주장했다. 해외여행도 2차례 갔었다고 한다.

정 변호사는 "둘은 같은 독서실도 다녔고, 언제든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사이"라며 "A씨는 24일 오후 10시까지 다른 친구와 술을 마셨고, 더 마시고 싶어 고인에게 연락했다. 고인의 집이나 자신의 집에서 술을 마시자고 제안했으나, 고인이 '집에는 부모님이 계시니 집 근처인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시자'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A씨와 고인) 둘이서만 술을 마신 일도 있었다"면서 "다만 올해부터 A씨가 학업에 전념하기로 하면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거나, 모임을 갖는 일이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고인은 A군이 술자리 등을 피하게 된 후 농담조로 '내가 알던 A는 죽었다' 등 이야기를 여러차례 했는데, 최근 공개된 문자에서 '죽었던 사람이 살아 돌아왔나' 등 발언 역시 그러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 측 "신발, 낡고 토사물 묻어 버려…집안에 유력 인사는 없어"

이들에 따르면 실종 당일 새벽 3시 37분쯤 A씨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아버지가 받아 1분 57초간 통화를 했지만 A씨는 이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A씨가 '고인이 술에 취해 깨우기 힘들다'는 취지의 말을 했고, '친구 잘 깨워서 집에 보내고 너도 빨리 택시 타고 돌아와라'라며 전화를 끊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이후 A씨가 돌아오지 않자 그의 어머니는 4시 27분쯤 A씨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원이 꺼져 있다는 소리가 나왔고, 이로 인해 이 시점부터 줄곧 A씨 휴대전화가 꺼져있을 것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4시 30분쯤 A씨가 귀가하자 그의 아버지는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손씨는 어떻게 됐는지' 등을 물었지만 A씨는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이에 A씨 아버지는 손씨가 여전히 한강공원에서 자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됐고, 새벽에 손씨 집에 연락하기가 송구스러워 직접 한강공원에 가 확인해 봤다고 한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경찰이 故 손정민씨 친구의 휴대전화 수색 작업을 하는 모습. 박종민 기자
정 변호사는 "당시 A씨 아버지와 고인의 부모님은 서로 친분이 없었고, A씨의 어머니와 고인의 어머니가 친분이 있기는 하나 다소 예의를 갖춰야 하는 사이라 새벽에 편하게 전화하기는 어려웠다"며 "술을 마신 장소가 한강공원에서 어디인지 알지 못해 위치를 설명하기 어렵고, 고인을 방치하고 혼자 돌아온 일에 대해 무책임하다고 생각될까 걱정되는 등 이유로 직접 한강공원에 찾아가 잠들어 있을 수 있는 고인을 깨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 아버지가 전날 밤 지방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셔 운전할 수 없었기 때문에 운전을 위해 어머니도 함께 가기로 했다"며 "A씨는 여전히 만취한 상태로 일어나기 어려워했으나, 자는 친구를 내버려 두고 혼자 오면 어떡하냐는 취지로 꾸짖어 함께 데리고 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여러 의혹을 낳았던 A씨의 신발을 버린 경위에 대해서는 "신었던 신발은 낡았고 밑창이 닳아 떨어져 있었으며, 토사물까지 묻어 있어 어머니가 실종 다음 날 집 정리 후 다른 가족과 함께 모아두었던 쓰레기들과 같이 버리게 됐다"며 "당시 A씨 어머니는 사안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상황이었고, 신발 등을 보관하라는 말도 듣지 못했기에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 어머니가 손씨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처음 한 말에 대해서도 "A씨의 어머니는 당시 고인의 어머니에게 했던 첫 마디가 '고인이 집에 들어갔는지 물어보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손정민 父 "주검으로 발견된 후 아무것도 안 해놓고 친구 운운"

A씨 측은 지금까지 경찰이 A씨에 대해 6번의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A씨에 대해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 등 봐주기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정면 반박한 셈이다.

A씨 측에 따르면 실종 다음 날인 4월 26일 자정부터 다음 날 새벽 3시까지의 첫 조사를 시작으로, 27·29일 두 차례의 최면조사와 5월 9일 참고인 조사 및 12일 프로파일러 면담, 14일 추가 참고인 조사 등이 이뤄졌다. 특히 4일에는 경찰이 A씨의 의류·노트북·가방 등과 어머니의 차량 블랙박스 등을 요청해 임의제출했고, 가택수색도 진행됐다.

또 '가족 중 유력인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가족 또는 친척 중 수사기관·법조계·언론계·정재계 등에 속한 소위 유력 인사는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A씨 아버지 직업도 유력 인사와 거리가 멀고, 어머니 또한 결혼 후 지금까지 줄곧 전업주부"라고 반박했다.

이외에도 손씨와 A씨가 나눈 대화 중 '골든 건'을 언급한 것에 대해 정 변호사는 "고인이 '솔직히 골든 건은 봐주자'라고 말하고 A씨가 '골든 건은 어쩔 수 없어'라고 대답한 의미에 대해 A씨는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한다"면서도 "고인이 A씨에게 '네가 잘못했어' 등의 말을 한 사실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손씨의 부친 손현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늘 A씨 측의 입장은) 결국 중요한 건 술 먹고 기억이 안난다는 것 밖에 없었다"면서 "정말 유력인사가 없다면 안심이다. 다만 경찰의 수사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부러울 뿐이다. 수사 결과를 아주 확신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손현씨는 "친한 친구가 실종 됐을 때 찾으려고 노력한 것도 없고 주검으로 발견된 뒤 아무것도 안 한 사람들이 친구 운운하는 게 가증스럽다. 이렇게 하는 게 친구인 건가"라며 "경찰 조사 때 심리적 안정을 주는 건 변호사가 아니라 의사나 심리상담가가 해야 할 일"이라며 "변호사가 왔을 때 심리적 안정을 찾는 것은 범죄인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입장문에 적힌 내용 중 몇 가지 사실 관계가 틀린 내용이 있다"며 "나들목 CCTV를 보면 A씨 가족들이 왼쪽으로 사라지는 게 5시 53분인데, 아내가 들어가라고 문자를 보낸 게 6시 3분이다. 그 전에 가놓고 문자를 보내서 간 것처럼 하는 것도 가증스럽다. 우리가 찾고 있는 거 뻔히 알면서 노력도 안 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술 먹을 장소에 대한 내용도 대화를 나눈 기록이 없다. 당시 통화한 기록이 없고 카톡 뿐인데, 여기에는 장소를 제안하거나 이런 내용이 없다"면서 "동영상에 분명히 '골든 건은 니가 잘못했어'라는 말을 우리 아들이 했는데, 굳이 그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발표한 것도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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