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대 '초선 바람', 쇄신 신호탄?…노이즈 마케팅 지적도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연이은 초선 도전에 여론 주목
초선 김웅‧김은혜, 원외 이준석 등 당권 도전…윤희숙 막판 고심
김종인표 쇄신 신호탄 기대감…일각선 '노이즈 마케팅' 지적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당대표 경선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당권 출마를 선언하면서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쇄신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초선들이 전당대회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웅‧김은혜‧이준석에 윤희숙까지?…전대 판 흔드는 신진세력

다음달 11일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현재까지 당권 의사를 밝힌 후보들 중 초선은 김웅(서울송파갑), 김은혜(경기성남분당갑) 의원 2명이다. '임차인 5분' 발언으로 화제가 됐던 초선 윤희숙 의원(서울서초갑)도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외에선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출마 의지를 드러낸 상태다.

초선들의 당권 도전이 이어지면서 최고위원 후보군들도 영향을 받는 분위기다. 원내에선 30대 초선 배현진 의원이, 원외에선 40대 원영섭 전 조직부총장과 홍종기 부대변인이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2019년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조대원 전 고양정 당협위원장도 16일 도전 의사를 밝혔다.


보수정당 역사상 당 대표 선거에 초선의원이 도전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책 개발과 입법 작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내 활동과 달리 당 대표는 조직 관리와 대여(對與) 관계 운영 등 고도의 정무적 감각이 필요하다는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당 대표 자리는 통상 중진들의 전유물로 인식돼왔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대표 경선에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최근 초선들의 잇따른 당권 도전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 영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총선 참패 후 들어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초선들을 앞세워 당 쇄신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일부 중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도개혁을 지향하는 정강‧정책 개정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대국민사과 등을 추진한 것이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김종인 비대위 체제 하에서 몸집을 키운 초선들은 신구(新舊)대결 구도를 형성하며 쇄신 분위기를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지난 7일 김 전 위원장은 김웅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까지 너무 얌전하게 하는데, 세게 붙어보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1일 언론 인터뷰에서도 "과거 정치와 인연이 없는 사람을 대표로 뽑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며 "정당 대표가 과거처럼 정치 경험이 많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사실상 초선 당 대표론에 힘을 실었다.

◇당 대표 선거, '노이즈 마케팅' 수단 지적도…新舊 대결구도 고조

국민의힘 주호영 전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
중진 및 지도부급 당권주자로는 주호영(5선·대구수성을), 조경태(5선‧부산사하을), 홍문표(4선‧충남홍성예산), 윤영석(3선‧경남양산갑), 조해진(3선‧경남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 등이 출마를 선언했다. 수도권 4선 출신 신상진 전 의원도 출마 선언을 했고,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권영세 의원(4선‧서울용산)은 이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례적으로 초선들이 대거 당권에 도전하면서 신진과 중진 세력 간 신경전도 고조되고 있다. 주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윤여정 선생은 연세가 70이 넘었어도 오스카상을 받았다"고 하자, 김은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오스카가 윤여정 선생께 연세가 많아서 상을 준 것이 아니듯 핵심은 역량과 비전"이라고 맞받았다.

주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과는 때 아닌 '등산 논쟁'이 벌이기도 했다. 주 의원이 지난 1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에베레스트를 원정하려면 동네 뒷산만 다녀서는 안 된다"며 경륜을 강조하자, 이 전 최고위원은 "주 의원은 팔공산만 다섯 번 오르시면서 왜 더 어려운 곳을 지향하지 못했냐"고 반박했다. 보수정당 텃밭인 대구 지역에서만 5선을 역임한 주 의원을 비꼰 것이다.

5선 정진석 의원은 대선주자를 '한우', '육우' 등에 비유한 이 전 최고위원의 발언 수위를 지적하자, 이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현직 대통령에게는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허용하라고 하면서 당내에선 대선주자에게 비유를 들어 조언했다고 막말 프레임을 가동시키는 것은 이중잣대"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이 1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윤창원 기자
전대 경선 룰이 '당원 70%·여론조사 30%'로 당원 반영 비율이 압도적이라 당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감안할 때, 초선들이 당 대표 선거를 '노이즈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예비 경선까지는 초선 후보들 모두 참여해 눈길을 끈 다음, 본경선을 앞두고 '후보 단일화'를 통해 초선 당권주자를 한명을 올려 이슈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당내 한 재선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어차피 초선들도 당 대표 선거 구조를 알고 있기 때문에 진지하게 당선을 노리고 나왔다고 보긴 힘들다"며 "예비경선 TV토론 등에서 본인들을 어필한 후 후보 단일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내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초선 출마 이슈로 전당대회가 관심을 받는 것은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나쁘지 않다"며 "지금은 김종인 전 위원장이 뒤에서 초선들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초선들이 '김종인 팔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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