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민 사건, 경찰도 뉴스도 못 믿겠다" 수백명, 폭우속 한강 운집(종합)

"정민이는 타살"…한강 앞서 시민들 분노
"CCTV 공개하라" "친구 체포하라" 진상규명 촉구
"자식 가진 부모 마음" 40~50대 학부모들 모여

'한강 사망 대학생' 추모 공간 가득 메운 시민들. 연합뉴스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고 손정민(22)씨 추모 집회가 16일 열렸다. 온종일 폭우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한강공원에 모인 시민 수백명은 "경찰도 뉴스도 못 믿겠다"면서 이번 사건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서울 상계동에 사는 심모(69)씨는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취재진에게 경찰과 언론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심씨는 "경찰이나 언론 모두 다 사기다. 유튜브와 시민이 대신 모든 것을 다 파헤치고 있다"며 "경찰은 사건을 무마하려고 하지만 정의는 살아있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왔다는 신모(50)씨는 "수사 결과에 대해 못 믿겠다. 정민씨 친구나 부모가 비상식적인 행동을 했는데 (경찰은) 그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조사하는 것 같다.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모든 집회에 참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6일 오후 시민들이 고 손정민씨 추모 집회에 참석했다. 사진=임민정 수습기자
집회 참가자 중에는 40~50대 학부모들이 많았다. "우리 모두가 정민이 부모입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오모(53)씨는 손팻말을 든 채로 분통을 터뜨렸다. 오씨는 자신의 딸이 숨진 손씨와 같은 중학교를 졸업한 동창생이라면서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이 상황에 공분할 수밖에 없다"며 "경찰 수사를 보면, 제대로 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른 새벽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김선미(51)씨도 "자식 둔 부모 마음이 다 똑같다. 범인이 분명히 있는데 덮으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 60대 남성은 "매일 현장에 나오는데 홧병이 날 지경이다. 현장 수색도 보여주기식 아니냐"고 했다.

이날 반포한강공원은 집회를 1시간 앞둔 오후 1시쯤부터 손씨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로 북적였다. 이날 집회 참가자는 경찰 추산 최대 400명으로 집계됐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들고 온 피켓을 나눠든 채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입고 손씨를 추모했다. 시민들 바로 앞에는 경찰과 해군 군사경찰 잠수사들이 손씨 친구 A씨의 휴대전화를 수색했다.

16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고 손정민씨 추모집회에 한 시민이 참여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임민정 수습기자
코로나19 방역 지침과 관련해 서울시 공무원과 경찰들은 모인 시민들을 향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 집회가 시작하자 시민들은 "정민이는 타살이다", "CCTV를 공개하라", "친구를 체포하라" 등 구호를 번갈아 외치며 격분했다.

수백명의 시민들은 한강공원에서 약 1시간 동안 추모집회를 진행한 뒤, 손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서초경찰서로 이동해 시위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행진을 막아선 경찰과 작은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손씨 사건과 관련해 온라인에서 확산하는 헛소문과 관련해 당사자가 직접 사실이 아님을 밝히기도 했다.

손씨 실종 당시 함께 있던 친구 A씨의 외삼촌이 최종혁 서울경찰청 수사과장(전 서울 서초경찰서장)이라는 루머에 대해, 최 과장은 직접 "A씨와 친인척 관계가 전혀 없다. 여동생이나 누나가 없어 애초 누군가의 외삼촌이 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A씨와 관련한 루머는 계속 재생산되고 있다. A씨 아버지가 전 강남경찰서장이라거나 강남세브란스 병원 교수라는 허위 사실이 확산했고, 서울의 한 개인병원 이름이 A씨 아버지가 운영하는 병원으로 추정된다며 공개 돼 수많은 악성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목격자 조사 등을 통해 실종 당일 손씨가 친구와 함께 마지막으로 목격된 오전 3시38분 이후 두 사람의 행적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지난 13일 "손씨의 사인이 익사로 보인다"는 국립수사과학연구원 부검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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