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권 인사들이 장관 후보자 낙마 기준을 설명하면서 '여성 할당제'를 거론한 걸 두고 더불어민주당의 한 여성 의원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며 이렇게 꼬집었다.
청와대와 여당이 끝내 박준영 장관 후보자 자진 사퇴를 지렛대로 임혜숙 장관 임명을 강행하자 '인선 정국' 끝자락에 이처럼 때아닌 젠더 문제가 분출되는 모습이다.
애초 빌미를 제공한 건 여당이었다.
야당이 3명의 장관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지목하자 여당 일각에서는 '임 후보자 만큼은 꼭 지켜야 한다'며 여성 장관 할당 목표를 들먹였다.
국무위원 3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우겠다던 문재인 대통령 공약을 조금이나마 따라잡기 위해서라도 여성인 임 장관 임명을 포기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당시 국무위원 가운데 여성은 유은혜·한정애·정영애 장관 등 3명(16%)으로 공약의 절반 수준밖에 미치지 못했다.
민주당 강훈식 의원의 경우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성 후보자를 찾기가 참 어렵다"며 "그런 것들을 감안해서라도 (임 후보자를) 임명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에 '낙마도 할당제냐(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여권에선 최근까지도 임 후보자를 감싸는 논리로 '여성 할당'을 계속 거론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임 후보자 지명 이유 중 하나로 "성공한 여성의 롤모델이 필요하다"고 꼽으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한 달 가까이 계속되던 청문 정국은 결국 박준영 후보자의 '희생 플라이'로 일단락됐지만 임혜숙 장관 흠결에 문제를 삼던 이들은 여전히 갸웃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여성이라서 살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여당 내부적으로도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민주당의 한 여성 초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마치 우리가 다 모자란 사람들인데 여성이라서 혜택을 받은 것처럼 비춰진다"며 "여성들 앞길 다 막을 일 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남성 중진 의원은 "결국 여성을 공약 이행을 위한 도구로 본 것 아니겠느냐"며 "당청이 민심과 괴리되면서 결국 계속해서 손해 나는 짓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에서도 "무지와 나태로 갈등에 기름까지 붓는 것(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라거나 "여성할당제도 정신을 희화화했다(정의당 이은주 의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