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진영의 최대 행사인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식이 다가온 데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민주당의 '안방'으로 여겨지는 호남에서 승기를 잡지 못하면 최종 후보가 되기 어렵다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각각 전남 영광과 전북 진안 출신이자, 상당 기간 정치활동을 호남에서 했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5·18을 전후한 일주일여의 기간을 호남 일정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광주에서 본격적으로 일정을 시작한 이 전 대표는 14~16일 사흘 동안 매일 5·18민주묘지를 찾아 1시간가량 묘비를 닦는다.
다른 정치적인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음에도 일부러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5·18에 대한 자신의 애도의 진정성을 강조한 것이다.
민심과 정책 행보도 병행한다.
말바우시장과 남광주시장 등에서 시장 상인들을 만나는 것은 물론, 아시아문화전당 ACT센터, 광주글로벌모터스 공장, 광주 트라우마 센터 등 다양한 곳을 찾았다.
광주와 함께 전주, 목포에서도 일정을 소화한 그는 16일 가칭 '광주 선언'을 통해 대선 비전을 구체화한다.
첫 신복지 포럼도 광주에서 시작한 데 이어 선언도 광주에서 가장 먼저 갖는 것은 그만큼 호남에 큰 비중을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전 대표 측 측근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내 호남 여론은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에 영향을 미치는 바로미터와 같다"며 "최근 다소의 지지율 회복이 호남에서 이뤄진 만큼 이번 일정들을 기화로 향후 1주일여는 호남에 올인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리도 고향인 전북에서 광폭 행보에 나섰지만 이 전 대표와는 다소 결이 다른 행보다.
정치인, 청년창업가, 수산업연합, 시장상인, 농민단체연합 등 각계각층 인사들과의 간담회를 연이어 잡으면서 경청 모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총리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대형 이벤트를 통해 눈길을 끌기 보다는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다양한 현안에 대한 민심을 청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정 전 총리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현역 광역지자체장으로서, 이 전 대표는 당대표 시절과 국회의원 신분으로서 다양하게 현안에 관여할 수 있었지만 정 전 총리는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해 오로지 방역에만 매진해 왔다"며 "이런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초반에는 최대한 많은 국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총리는 전북 행보를 마무리한 후에는 여수와 순천 등 전남 지역을 살핀 후 5·18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권 대선주자 레이스에서 2위, 3위를 달리고 있는 두 후보가 1위를 추격하기 위해서는 고향에서의 승리가 필수적"이라며 "특히 호남에서 '적자'(嫡子)로 인정을 받는 후보와 그렇지 않은 후보의 향후 레이스는 엄청난 격차를 보일 것이 자명한 만큼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호남 구애는 앞선 두 잠룡들과는 사뭇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이 지사 측에 따르면 현직 광역지자체장인만큼 직접적으로 호남을 챙기지 못하지만, 자신의 신분을 활용한 고공 플레이를 통해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확인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아울러 특유의 광폭 인재 발탁 스타일을 통해 호남 출신 인사들을 대거 경기도로 영입하면서 호남을 챙기고 있다는 이미지 또한 각인시키고 있다.
이러한 전략이 가능한 것은 친소 관계보다는 역량과 능력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호남 여론의 특성 때문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난 호남 지역의 지지율은 이 지사가 다른 후보들에 앞서고 있다.
이 지사 측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호남은 전략적인 지지를 하는 지역으로 이 지사의 경쟁력이 다른 누구보다 높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신다"며 "각종 현안 대응으로 현재의 구도를 유지하는 한편, 호남지역 지자체장들과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다른 후보들에게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