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상주 부장판사)는 14일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양모 장모씨에게 무기징역을, 안씨에게 징역 5년을 각각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안씨는 '도망 염려'를 이유로 법정 구속됐다.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를 받는 안씨는 줄곧 "아내의 학대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조치도 (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재판부는 안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안씨는 심지어 부인 장씨의 학대 행위에 적극적으로 동조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안씨는 아내 장씨와의 메신저 대화에서 정인이를 "귀찮은 X"라고 지칭하는가 하면, "하루종일 온전히 굶겨봐"라고 말하며 방임을 부추겼다. 장씨가 "굶어도 안 죽어. 쌍욕 나오고 패고 싶은데 참는다"고 언급하자 안씨는 "잘했어. 기도한 보람이 있네"라고 답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거짓말까지 해가며 정인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 직원이 "정인이를 왜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냐"고 묻자 양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라 보내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첫째 자녀는 등원하고 있지 않냐"고 되묻자 양부는 "첫째는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하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어린이집에 확인한 결과 첫째는 이른 시간이 아닌 평소와 동일한 시간대에 하원하고 있었다. 정인이가 영양 결핍으로 인해 체중이 줄어들고, 잦은 학대로 몸에 멍이 들자 외부에 보여주지 않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입양기관 상담원이 면담을 요청했지만 여러 핑계를 대며 계속 연기하기도 했다.
게다가 안씨는 장씨의 학대로 인해 정인이 몸에 상처가 생긴 것을 알고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기도 했다. 특히 정인이 사망 전날 건강 상태가 심각해지자 어린이집 원장이 병원 진료를 권했지만 무시했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은 피해자의 양부로서 장씨 및 피해자와 함께 생활하면서 장씨의 양육태도, 피해자 상태를 누구보다 알기 쉬운 지위에 있었음에도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장씨의 학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납득할 수 없는 변명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씨에 대해 이미 3차례나 학대 신고가 이뤄졌음에도 장씨로부터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피해자를 면밀히 보살피지 않았다"며 "장씨의 말만 믿고 피해자 보호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장씨의 기분만 살피면서 오랜 기간 동안 학대를 방관했다고 보기 때문에 비난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강조했다.
특히 "학대행위를 제지하거나 피해자에게 치료 등 적절한 구호조치를 했다면 사망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를 방지할 수 있었다"며 "피해자 사망 전날 어린이집 원장이 피해자의 악화된 건강상태를 설명하고 피해자를 꼭 병원에 데려 갈 것을 강하게 당부했음에도 피고인은 이런 호소조차 거부함으로써 피해자를 살릴 마지막 기회조차 막아 버렸다. 엄한 처벌을 내리는 게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범행을 인정하면서 반성으로 보이는 점, 그동안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선고 이후 "피고인이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본다"며 안씨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안씨는 "드릴 말씀 없고 죄송하다"면서도 "저희 첫째를 위해서라도 2심을 받기 전까지는 사유를 참작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