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도시'' 창원, 밤이면 ''퇴폐향락의 도시''

[경남CBS 기획보도①] 계획도시 창원의 두 얼굴

계획도시 창원의 대표적인 상업지구인 상남동 일대가, 퇴폐 향락, 범죄의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창원시 상남동 상업지구의 실태와 문제, 대책 등을 집중 보도한다. [편집자 주]

◈ ''한강이남 최대의 유흥퇴폐 밀집지구''

짜 맞춘 듯이 잘 정돈된 도심 건물과 공원, 시원스럽게 뻗어있는 도로. 굳이 계획도시라는 수식어를 달지 않더라도 경남 창원시는 한 눈에도 전국의 어느 도시보다 잘 정돈된 느낌을 준다.

계획도시 창원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창원시는 도시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다. 옥외간판도 철저하게 단속한다.

하지만 낮에는 깨끗한 계획도시지만, 밤이면 쾌락을 찾아 흥청망청 비틀거리는 유흥도시로 바뀐다.대표적인 장소가 ''한강이남 최대의 유흥.퇴폐업소가 밀집해 있다''는 상남 상업지구.

수백여개의 유흥업소와 성매매업소들이 빼곡히 밀집해 있는 상남상업지구는 최근 경기불황에도 여전히 밤마다 불을 밝히고 있다.

상남동 일대는 지난 2006년에는 경찰청이 발표한 전국의 24곳의 ''''성매매 적색지대(Red Zone)''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전국의 도시들마다 유흥주점들이 밀집한 번화가가 으레 있기 마련이지만, 창원 상남상업지구는 그 규모나 형태에서 차별화되고 있다. 사실상 창원시의 또 하나의 ''랜드마크''라는 자조섞인 말도 나온다. 마치 유흥업소조차 도시계획에 따라 한 곳으로 모두 밀집시켜 놓은 듯하다.


◈ 9만여평 규모에 유흥퇴폐 업소만 700곳

창원시 상남동 내에 있는 상남상업지구는 전체 36만 제곱미터, 도로와 공원 용지 등을 빼면 약 31만 제곱미터 규모다. 창원시가 1994년부터 구 창원 상남동을 개발해 2001년 조성을 완료했다. 시는 지난 2002년부터 지금까지 20만여 제곱미터가 넘게 상업시설 등으로 분양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상남동은 지난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유흥업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아예 유흥.향락업소와 청소년 유해업소만 즐비한 기형적인 상권 구조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2년과 2003년 사이에는 노래방과 유흥주점이 1000% 이상 급격히 증가했다. 창원에 많은 기업체와 각종기관단체가 밀집해 있다보니, 접대 수요에 따라 급격히 팽창하기 시작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상남상업지구에만 모두 693곳의 유흥.퇴폐업소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접대부를 두면서 술을 팔 수 있는 유흥주점은 502곳이며, 술 판매가 가능하지만 접대부를 둘 수 없는 단란주점은 39곳, 노래연습장 23곳이다. 또, 모텔이 64곳, 안마시술소 20곳, 마사지 업소 11곳, 비디오방 3곳, 나이트 1곳, 게임장 9곳 등으로 집계됐다.

창원시의 집계로는, 상남상업지구에만 503곳의 유흥주점이 있어, 창원시 전체의 39%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창원시지부 김성일 과장은 "실제로 장사를 하고 있는 유흥주점으로 따져보면, 창원시 전체 820곳 가운데 상남동에만 400여곳이 밀집해 있어 창원시의 유흥업소의 절반이 상남동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술을 팔 수 있는 음식점도 839개가 몰려 있는 것으로 집계돼 사실상 술을 파는 곳은 1,300개가 넘는다.

상남동에서 일을 하는 여성도 많다. 유흥업소에 도우미 여성을 공급하는 곳인 속칭 ''''보도방''''만 80여곳에 이르고, 도우미 여성도 1천여명이 훨씬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 축구장 하나의 면적이 만 제곱미터가 조금 넘는다면, 분양된 상남 상업지구의 면적은 대략 축구장 24개 크기가 되는데, 축구장 하나 크기에만 약 30개의 유흥.퇴폐업소가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또, 술파는 음식점까지 합치면, 축구장 하나에 무려 64개의 유흥업소와 음식점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 술집부터 모텔까지, ''원스톱 상가''도 즐비

상남 상업지구가 유명해진 것 중 하나는 상가 하나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는 이른바 ''''원스톱 상가''''건물이다. 한 상가 건물 안에 음식점과 술집, 노래방 등 온갖 형태의 유흥업소들이 밀집해 있어 한 건물 안에서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10층 건물의 1층은 편의점과 음식점, 업무시설이고 나머지 2층에서 9층까지의 모든 공간은 호프, 바와 카페, 노래주점, 룸싸롱 등 갖가지 종류의 유흥주점들이 들어서 있고, 맨 위층은 모텔까지 있는 형태다. 심지어 한 건물에만 열 개가 넘는 유흥주점이 있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상남상업지구가 환락 천국이 되면서 마산과 진해, 김해 등 인근 지역에서 술을 먹기 위해 상남동까지 원정 오는 게 당연한 일이 됐다. 멀리 밀양이나 함안 등에서도 밤문화를 즐기기 위해 이 곳을 찾는다고 할 정도였다.

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이같은 광경에 놀랄 수 밖에 없다. 한 공기업 본사에 있다가 지난해 경남으로 발령받아 처음 창원에 내려온 김모(36)씨는 동료들을 따라 가 본 상남동의 모습을 보고 "술집들이 워낙 많고 장사도 잘 되고 해서, 많이 놀랐다. 전국에 이런 곳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 학원건물까지 유흥업소...성매매 업소 밀집

이처럼 상남동이 유흥업소와 퇴폐.향락업소들의 집결지가 되면서 여러가지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7년에는 상남동에서 하루저녁에 이뤄지는 성매매가 무려 1만 건에 달한다는 여성단체의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에서 5백여건 밖에 되지 않는다고 반박해 논란이 일었던 적도 있을 만큼 성매매와 퇴폐 행위의 온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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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속칭 대딸방 등 각종 신종 퇴폐업소들도 대부분 상남동에 가장 먼저 생기게 되며, 살인이나 절도, 폭행 등 강력 범죄도 많이 일어난다.

삐끼들과 대리운전 기사들이 뿌리는 전단지와 명함으로 상남동 일대의 도로는 금새 쓰레기장이 되고, 부족한 주차장 때문에 저녁 시간에는 인근 주택가까지 차를 대기가 힘들어 지기도 한다.

인근 주민들도 당연히 불만이 많다. 상남동 일대는 주택가와 멀지 않아 각종 소란행위로 피해를 입기도 한다. 심지어 학생들이 다니는 학원이 있는 건물에 유흥업소가 버젓이 들어서 있기도 하다.

주민 김모씨는 "여기에 사는 학생들이 다니는 학원과 독서실은 이 유흥가와 거의 붙어 있어, 교육적으로도 너무 좋지 않다. 창원시가 무분별하게 허가를 내줘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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