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지난주부터 충분한 의견수렴을 했다는 점을 밝힌 청와대는 당청간에 이견이 없었다는 점을 재차 피력했다. 초선 의원들이 나서면서 당청 갈등이 깊어지는 것처럼 비쳐지자 박 후보자를 자진사퇴 형식으로 낙마시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靑 "문 대통령, 입장 바꾼 것 아니야, 당청간 이견 없었다"
박 후보자가 사퇴를 결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소통했으며, 문 대통령이 여야의 여러 문제제기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박 후보자의 낙마를 최종 결심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께서 처음부터 국회의 논의 과정을 존중하겠다는 말을 여러번 하셨다"며 "강행 입장이었다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일 문 대통령이 취임4주년 기자회견에서 "야당이 반대한다고 검증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무안주기식 인사청문회'에 불만을 토로한 것에 대해서도 3인을 강행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기자회견 때도 분명히 국회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말씀을 하셨다"며 "인사청문보고서를 금요일(14일)까지 해달라고 한 것도 여당과 협의 하에 그렇게 정한 것"이라고 당과의 사전 조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간에 한 번도 이번 과정에서 이견이 노출된 적은 없었다"며 "당내 여론과 대통령께서 생각하는 판단과 간극이 거의 없었다"고 못박았다.
◇당청 갈등 프레임 굳어질라…지도부 초청 오찬 전에 조기 수습나서
청와대가 당과 청문보고서 재송부 시점까지 상의했다며 이례적으로 상세히 설명에 나선 이유는 임기말 당청 갈등 프레임이 굳어질까 우려한 것이다.
송영길 대표 체제 이후에 부딪힌 첫 공통과제에서 당청이 삐걱거린 것처럼 비쳐진다면 추후 국정운영은 험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초선 의원들이 "최소 1명을 낙마시켜야 한다"며 집단 목소를 낸 것을 계기로 청와대가 보다 빠른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과거부터 당청간 '원팀' 체제를 강조해왔던 문 대통령이 새로운 당 지도부와의 오찬 하루 전에 박 후보자의 거취를 정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청와대는 해수부 노조의 지지성명을 받을 정도로 안팎의 평가가 좋았던 박 후보자가 도자기 밀수 의혹으로 낙마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표출했다.
낙마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었지만 국회와의 관계와 여론의 향배를 최종적으로 고려해 '고육지책'으로 후보를 포기했다는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장점과 단점, 역량과 도덕적 기준이 고루 가늠이 되면 좋겠는데 (인사청문회가)너무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것에 대해 힘들었다"며 "인사청문회 제도에 대한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다음 정부부터 적용된다는 조건 하에 인사청문 개선과 관련한 열린 토론이 국회에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