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1호 사건 의외…"공수처 설립 목적과 거리 멀어"
공수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특별채용 의혹 사건을 1호 수사로 등록했다고 밝힐 뿐 이에 대한 기준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수처 설립 취지를 살려 검사 사건을 1호 사건으로 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검사 범죄에 대한 기소권'이나 '경찰 영장' 등 검찰과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교육감 사건을 한 게 아니겠냐는 법조계의 해석만 나올 뿐이다.
반드시 공수처가 판·검사 사건을 할 필요는 없지만 많은 의미를 부여한 1호 사건으로 조 교육감 사건을 선택한 건 의외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원래 공수처의 설립 목적은 권력형 비리, 부정부패, 뇌물 사건 등을 해결하겠다는 것인데 조 교육감 사건은 사실 그와는 거리가 멀다"면서 "경찰이나 검찰이 해도 되는 것인데, 이런 사건을 수사하라고 공수처를 만든 게 아닌데 답답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 교수는 "공수처 스스로 어떤 사건을 수사하겠다는 기준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1호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기 전에 그 기준을 만들어 이 기준에 맞게 수사하겠다고 공표했어야 했고, 지금이라도 그 기준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호 수사가 진행됐을 때가 더 문제라는 견해도 나온다. 조 교육감 사건의 경우 공수처가 수사는 할 수 있지만 기소는 할 수 없어 재판을 받으려면 검찰에 사건을 보내야 한다. 이때 공수처가 사건의 기소 또는 불기소를 결정하고 사건을 검찰에 보낸 이후 상황에 대한 규정은 아직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공수처가 기소를 결정해 검찰에 사건을 보냈는데 검사가 공소유지를 위해 증거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더라도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청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 없다. 공수처가 불기소를 결정한 경우에도 고소·고발인이 이의를 제기하거나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는 규정도 없다. 특히 공수처의 불기소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정의의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공수처법에는 공수처가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해 수사를 한 경우 공수처가 수사 종료 후 사건 기록을 검찰로 보내는 것이 전부"라면서 "가장 최상의 조건으로 공수처의 수사 결과와 검찰의 기소 의견이 맞다고 하더라도 검찰이 공소유지를 위해 보완수사가 필요할 수 있는데, 이때 검찰이 단독 수사할 지 공수처에 요청할 지 최소한의 기본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공수처는 사건사무규칙을 만들면서 검찰과 갈등을 겪은 바 있다. 공수처는 기소권이 없어도 '불기소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 검찰은 법률상 근거가 없다고 공식 반박 입장을 냈다. 공수처 관계자는 "기소나 불기소를 결정해서 검찰에 사건을 보낸 이후의 상황에 대해 명문으로 규정돼 있는 것은 현재로서는 없다"면서 "현실적으로 검찰과 의견이 다를 때 문제가 될 수는 있어서 이에 대한 협의는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