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병제→모병제 전환, 모두의 '공공선'인지 엄밀히 따져야"

군인권센터·참여연대 등 라운드테이블…"단계적 접근 필요"
"더 폐쇄적 집단 될 수도" "국방예산 폭발로 이어질 수 있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병역제도 개편 이슈 라운드테이블 '징병제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軍) 복무를 둘러싼 젠더 갈등 속 '남녀평등복무제' 등 다양한 체제 전환 논의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모병제 전환이 능사는 아니며, 현실적인 제반 여건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와 참여연대, 나라살림연구소는 11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징병제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흘러나온 징병제 폐지가 출생인구 감소 등과 맞물려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의제임을 인정하면서도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군인권센터 김형남 사무국장은 "징병제 폐지 얘기는 20년 전부터 많이 나왔지만, 지금도 관련논의가 쳇바퀴 돌 듯하고 있는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서구 사례를 많이 들지만 프랑스 등은 대규모 징집이 불필요한 안보적 상황에서의 정치적 선택이었다"며 "반면 한국은 병력규모를 유지하기 불가능한 여건에서 (안보상) 불가피한 상황이 있다. 충분한 실험과정과 시행착오를 거친 서구 여러나라의 경험을 그대로 따라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병역제도 개편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작전계획을 개편할 수 있는지, 대규모 감군(減軍)이 가능한지, 한미연합 체계에서 병역제도를 개편하거나 감군하는 것이 어느 정도 합의될 수 있는지 등 많은 논점이 엮여 있다"며 "정부가 군사안보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어느 시점에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 목표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병역제도 개편 이슈 라운드테이블 '징병제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울러 제도에 대한 세부 논의 이전에 '우리 군(軍)이 가고 싶은 군대인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한다고 짚었다. 김 사무국장은 "과거에 해결했어야 하는 과제들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상황이 징병제 하에 있는 모순점을 폭발시키고 있다"며 "군이 가진 문제점을 하나씩 풀어간다는 마음으로 개편 논의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남성들이 선택의 여지 없이 입대해야 했던 징병제가 축소된 규모의 모병제로 바뀔 경우 오히려 군대 밖으로의 문제제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사무국장은 "지금까지는 군이라는 조직에 대한 징집군인의 소속감이 낮았기 때문에 논의를 밖으로 끌고 나가는 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면 모병제로 군이 닫혀버리고 폐쇄적이 되면 문제제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국민의 감시를 벗어난 위험한 무력집단이 될 가능성도 있다. 옴부즈만 제도 등 감시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모병제가 현행 징병제보다 더 예산상 부담이 클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나라살림연구소 이왕재 부소장은 "국방부는 병영 생활관 개선사업 등 예산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아 '최악의 예산 소비자'로 지적된다. 예산 관점에서는 유급병제인 모병제 도입이 국방예산의 폭발로 이어져 통제불능 상태로 가는 재앙의 씨앗이 될 수 있다"며 국방예산에 대한 적절한 통제 및 합리적 운영이 담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 절벽'이 눈앞의 문제로 닥친 상황에서 상비병력을 감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황수영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은 "2025년부터는 입영대상자 수가 (군 유지에) 필요한 인력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 군대에 여전히 50만 명의 상비병력이 필요할까"라며 "인사제도와 복무여건을 개선하며 30만 명 수준으로 (병력을) 감축하고 복무기간을 12개월로 줄이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군사력은 병력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남한의 군사력은 이미 북한보다 압도적 우위이고, 남한의 국방비가 북한의 10배가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며 "휴전선 인근 방어체계를 효율적으로 변경해야 한다. 남북 대화와 상호위협 감소, 신뢰 구축을 위해 군비를 줄여나가는 것은 판문점 정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김광식 한국국방연구원(KIDA) 책임연구위원은 "개인적으로는 모병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이) 모두에게 공공선을 제공하는 일일지에 대해선 엄밀히 따져봐야 한다"며 "모병제 전환 시 필요한 최소한의 (병력)규모를 잡아봐야 한다. 또 어떤 사람들로 군을 채울 것인지 등 검토를 통해 일련의 군부대를 설계하고 그 제도로 국가 방위가 가능한지 가늠해보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스페인은 연성 징집제에서 바로 모병제로 갔는데, 이후 무리가 많이 따랐다. 전문연구집단과 정책연구집단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모든 국민에게 공개하는 등 공론화 과정을 차분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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