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노·박' 모두 지키겠다는 文대통령…민주당은 딜레마

文대통령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검증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아"
특별연설 후 최소한 1명은 낙마시켜야 한다는 당내 분위기 위축…당 지도부도 곤혹
민주당 간사 "중대 결격 사유 없다"…최종 판단은 지도부에 미뤄
"결격 사유는 없다" vs "국민 눈높이 인식"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이 반발하는 임혜숙·노형욱·박준영 장관 후보자 거취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임명 강행 의사를 시사하면서 당이 대놓고 반기를 들기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10일로 예정됐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시한까지 넘긴 가운데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장관 임명 강행은 부담스럽다"면서도 최종 판단은 지도부에 미뤘다.

◇ 의원총회 열었지만 판단은 지도부에 일임

민주당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 상임위별 간담회, 의원총회, 그리고 상임위 간사단과 당 지도부 간 비공개 간담회를 잇달아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몇 명 낙마하냐' 등 구체적으로 얘기된 것은 없고 의원총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중심으로 정리를 해서 청와대에 전달을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눈높이에 문제되는 점이 있다는 점도 우리가 인식하기 때문에 야당과 함께 여러 가지 얘기를 하고 있다"며 "원내지도부를 중심으로 야당을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원총회에서는 '후보자들의 해명이 납득은 되지만 국민적 설득은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이 적잖게 분출돼 일치된 입장을 모으지 못했다고 한다. 최종 판단은 지도부에 일임하기로 했다.

한 초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들어도 야당 요구에 설득력이 있는데 국민들에게 일일히 강연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많았다"며 "정당 입장에서 지지율 떨어지면 국정 동력 상실할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날 의총은 각 상임위 간사들이 "납득 가능한 수준의 의혹"이라는 취지로 정리해 보고한 뒤로 특정 후보자를 낙마시켜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제기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문 대통령 '강행 시사' 뒤 소극적 분위기

왼쪽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임혜숙·해양수산부 박준영·국토교통부 노형욱 장관 후보자. 윤창원 기자
앞서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최고 전문가와 최고 능력자들이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청와대가 그 분들을 발탁하게 된 이유"라며 "그 분들에게 기대하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1명은 낙마시켜야 하지 않겠냐"던 당내 기류는 문 대통령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다소 소극적인 분위기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지난 주까지 "대통령의 레임덕을 감안하는 것보다 국민 눈높이에 맞느냐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며 '국민 눈높이'를 강조해 왔던 당 지도부로서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

당 지도부와 원내 지도부 간 미묘한 시각 차도 여전한 모습이다.

"강행하고 싶지만 최대한 야당과 협의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하던 원내지도부는 문 대통령 회견 이후 '낙마 불가'로 힘을 더 싣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이날 "상임위 간사들은 야당의 공세가 흠잡기라고 생각하고 있고, 여기에 대한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원내 핵심 관계자는 "국민에게 야당과 협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만큼 단독 강행은 부담이 크다"면서도 "윤호중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검증을 한 인사인 만큼 일단 전부 올리고 싶어 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간사단은 세 후보자가 장관직을 수행하지 못할 중대한 결격 사유가 없다고 보고했지만, 임명은 청와대가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인사 강행 부담은 결국 민주당 몫

국회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시한인 10일까지 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공은 다시 청와대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하게 되면 민주당은 다시 여론을 살피며 출구전략을 고심할 수밖에 없다.

고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이 인사 반대에 부딪힐 경우 강행, 지명철회, 자진사퇴 등이 가능한 방법"이라며 "총리 인준은 서두를 일이 아니다. 단독처리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야당 반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인사를 강행할 경우 김오수 검찰청장 후보자 인준과 산적한 민생 개혁법안 처리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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