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분양 전환 공공주택…배불린 LH 임직원들

[연속기획]공공임대아파트에 몰린 LH 직원의 '계산법'④
공임아파트 분양전환 계약 직원 40여명
수도권 노른자 지역인 판교·광교신도시 집중
공공분양·임대주택 1900명, 분양가 2배 차익
경실련 "무주택 서민 피해, 이해충돌 조사"
LH "자격조건 갖춰…절차상 문제없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다.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 땅을 사고, 보상규정이 바뀌기 일주일 전에 쪼개기까지. 치밀함에 국민들은 분노한다. CBS노컷뉴스는 LH 직원들이 10년 장기 공공임대아파트에 대거 입주해온 사실에 주목했다. 왜 2009년부터일까, 왜 요지의 중대형일까. 파고들면서 또다시 LH 직원들의 치밀함을 봤다.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대수술도 필요해 보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조기분양 미리 알았나…열흘전 판교 임대 '무더기' 계약
②판교‧광교 '노른자'만 임대…알고 보니 LH 간부들
③'다주택자'도 분양 전환…'중대형 임대' 노린 LH 간부들
④'로또' 분양 전환 공공주택…배불린 LH 임직원들
(계속)


3급 이상 간부급 LH직원들이 상당수 입주한 것으로 파악된 성남판교 산운마을13단지 전경. 박창주 기자
공공임대아파트(공임아파트)에 입주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실제로 분양 전환을 통해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CBS노컷뉴스는 LH 직원 수백여 명이 10년 공임아파트의 조기 분양 전환이 가능해진 시기를 기점으로 시세 차익을 노리고 이른바 '노른자' 지역인 판교와 광교 일대 대형 평수 공임아파트에 대거 입주한 사실을 보도했다.

LH 직원들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아파트를 '자산 불리기'에 이용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로또 분양전환' 한창인 LH 직원들

10일 국민의힘 소속 권영세 국회의원실이 LH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10년 공임아파트에 거주하는 LH 임직원 중 분양전환 계약을 마친 인원은 48명이다.

분양 전환 공공임대아파트는 의무 거주 기간이 지나면 일반분양 아파트처럼 소유권을 거주자에게 매도하는 형태의 공공주택이다.

이들이 입주한 분양 전환 공공임대아파트는 대부분 경기도 판교‧광교 신도시 등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지역에 몰려 있다.


자료를 보면 이들은 분양전환을 통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아파트 소유권을 갖게 돼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LH 직원들이 다수 입주한 광교마을 일부 단지의 경우 지난해 12월 기준 74.94㎡ 세대는 분양전환가가 3억8천만 원이었고, 최근 시세는 8억2천만 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대형 아파트일수록 시세 차익은 더 크다. 같은 단지 내 101.82㎡와 101.97㎡ 세대의 경우 분양전환가는 4억8천만 원이었지만, 현 시세는 10억5천만 원대로 6억원 가까이 올랐다.

권영세 의원(서울 용산)은 "2019년부터 10년 장기임대아파트들의 분양전환 시점이 잇따라 도래하고 있기 때문에 분양전환하는 LH 임직원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위한 공공주택이 자칫 소수의 재테크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아닌지 관련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공공주택 '무더기' 계약, 최대 15억원 차익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이날 10년 동안 공공주택에 계약한 LH 임직원이 2천명에 육박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LH 임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있는 경기도 광명시 LH 광명시흥사업본부의 모습. 이한형 기자
경실련은 LH 임직원들이 계약한 공공주택 현황 관련 분석 자료를 통해 공공분양주택 1621명, 공공임대주택 279명 등 모두 1900명의 LH 임직원이 공공주택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지난 10년간 LH 임직원들이 매입한 아파트값 상승으로 3339억원의 시세 차액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단지의 평균 분양가는 2억2천만 원이었지만, 지난달 기준 시세는 평균 4억6천만 원을 기록해 2배가량 증가했다.

시세 차액이 가장 높은 단지는 서울 강남지구의 세곡푸르지오로 분양가 3억, 현재 시세 15억으로 가구당 차액이 12억 원에 달했다. 상위 5개 단지의 분양가 대비 평균 차액은 10억 원 이상이다.

특히 청약 경쟁률 상위 10위 안에 드는 5개 인기 단지에서도 LH 임직원의 분양 계약이 확인됐는데 모두 판교, 하남 지역에 집중됐다. LH 측이 "미달이 많아 임직원이 분양 신청을 했다"는 해명과는 상반되는 사례다.

경실련은 "무주택자들에게 공급돼야 할 공공주택을 LH 임직원들이 적법하게 분양받았는지, 도덕적 해이와 이해충돌 여부에 대해 전면 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LH는 "일반 입주자와 동일하게 청약 자격 조건을 적용해 입주가 이뤄졌으며, 절차를 준수해 분양전환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명했다.

또 "임직원이 주로 분양전환한 판교·광교의 중대형 10년 공공임대주택은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청약이나 거주, 소득, 자산 수준 등에 제한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공공주택 유용 지적…"절차상 문제 없어"

앞서 CBS노컷뉴스는 LH 직원(배우자·직계가족 등 포함) 400여명이 서민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공급해온 10년 공임아파트에 분양 전환 시 시세차익을 노리고 대거 입주해온 의혹과 관련해 연속 보도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LH 직원들은 장기 공임아파트를 5년만에 조기 분양전환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입주했다.

이들 가운데 3급(차장급) 이상 간부들이 거주하는 공임아파트들은 생활 인프라와 교통망이 잘 갖춰져 주변 부동산 시세가 높은 주요 신도시나 대도시권에 몰려 있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간부급 직원들이 분양 전환 후 시세차익이 큰 이른바 '명품' 공임아파트를 노린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더욱이 이들은 85㎡ 초과 면적은 고소득에 이미 주택을 보유하고 있어도 입주가 가능하다는 분양조건을 염두에 두고 중대형 공공임대아파트를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LH는 보도자료를 내고 "중대형 10년 공공임대주택은 중산층 대상의 임대주택으로 법상 입주자격을 충족해 정당하게 입주한 것"이라며 "분양전환 가격 산정 역시 감정평가에 LH가 개입할 수도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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