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구는 건설 예정인 천마산 모노레일과 전망대 이용자 편의를 위해 아미동 비석마을 일대 3천25㎡ 부지에 지하 3층, 지상 2층 규모 주차장을 지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달 중으로 46세대를 상대로 보상을 위한 조사에 나서고, 오는 9월 착공해 내년 말 건설을 마친다는 구체적인 일정도 나온 상태다.
철거 대상인 주민들은 서구청이 별다른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 A(65·여)씨는 "지난해 9월쯤 구청 직원이 나와서 주민들에게 모노레일 사업을 할 거라고 이야기해 처음 알게 됐다"며 "주민들이 깜짝 놀라 구청장과 면담을 했는데, '공약 사업이라 꼭 해야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는 지금까지 별다른 설명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서구 발전을 위해서 모노레일을 만든다는 건 동의하지만, 우리 주민들을 갑자기 다른 데로 보낸다고 하니 서운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며 "버려진 빈집에 살게 해주겠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데, 비가 새더라도 내 집이 낫고 이렇게 남이 살던 집으로 쫓겨나는 방식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민 B(70·여)씨는 "구청 직원이 오더니 '빈집이 몇 개 남아 있다', '빨리 정하지 않으면 여기도 못 들어간다'는 식으로 말을 해 화가 났다"며 "아무리 잘 모르는 노인들이지만 여기 산 게 몇십 년인데 충분한 설명도 없이 선착순으로 빈집을 정하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무허가 건물들이라 보상금이 얼마 안 드니까 여기로 부지를 정한 것 같다"며 "다른 동네에 지으려니 모두가 반대하고, 여기는 주민 대부분 힘없는 노인들이니 그냥 밀어붙이는 거다"라고 말했다.
6.25 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란민들이 몰려들어 살 곳을 찾던 중, 불편한 천막 대신 집을 세울 공터를 찾다가 발견한 곳이 이 마을에 있던 일본인 공동묘지였다.
당시 피란민들은 콘크리트로 된 묘지 벽 위에 지붕을 얹거나 비석을 들어내 집이나 계단을 만들어 살았는데, 이렇게 형성된 마을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상태다.
대부분이 70~80대 고령자인 주민들은 90년대부터 구유지를 무단 점유했다는 이유로 변상금을 내면서 이곳에 살고 있다. 주민들이 모여 땅을 불하받으려는 생각도 했지만, 행정소송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포기했다.
주민 C(77)씨는 "주민들은 한 마디로 행정 폭거로 쫓겨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구청이 이런 모노레일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 것도 지금까지 우리가 여기서 살아왔기 때문인데, 그 공을 너무 가볍게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집을 철거해 수익사업을 하겠다면 그에 대한 적절한 주민 보상책이 따라야 하는데, 10평도 안 되는 슬레이트집을 감정평가하면 얼마나 받겠냐"며 "공론화 과정이나 주민 의사를 물은 건 하나도 없이 모든 걸 일방적으로 진행해놓고 법대로 하겠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서구 관계자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부지를 선정했으며, 검토 결과 이곳이 가장 경제성 있다고 판단했다"며 "특히 감천문화마을과 인접해있기 때문에, 관광자원과 연계하면 효율 측면에서 가장 적절한 부지"라고 말했다.
또 철거 대상 주민들에게 현실적인 이주 방안을 제시하겠다면서, 천마산 모노레일에서 나오는 이익은 결국 주민에게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공한수 서구청장은 "주민들이 이 지역을 수십 년간 무허가 상태로 점유하고 있지만, 적법한 보상에 더해 이주대책까지 제시할 것"이라며 "아미동 일대 수리한 빈집이나 인근 행복주택에 입주하는 방안 등 철거 대상 주민들에게 현실적으로 줄 수 있는 도움을 최대한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며 사실상 버림받은 땅이었던 아미동에 케이블카가 생긴다면 관광객이 모여들어 지역 발전을 선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낮은 구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동시에 일자리를 만들고, 수익금은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