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수'는 농구 강의만 잘하는 게 아니다. 배려심도 깊었다.
제러드 설린저는 9일 오후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전주 KCC와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42득점 15리바운드 활약을 펼쳐 84대74 승리를 이끌었다.
제러드 설린저는 파죽의 4연승 더 나아가 KBL 사상 최초의 단일시즌 플레이오프 10연승을 달성한 KGC인삼공사의 주축이었다. 정규리그 막판 대체 선수로 가세해 팀 전력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는 챔피언결정전 4경기에서 평균 23.3득점, 13.8리바운드, 5.8어시스트로 코트를 지배했다.
챔피언결정전 MVP 투표에서 총 86표 가운데 55표를 휩쓴 제러드 설린저는 당당히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2002년 마르커스 힉스(대구 동양), 2003년 데이비드 잭슨(원주 TG), 2018년 테리코 화이트(서울 SK)에 이어 챔피언결정전 MVP 트로피를 들어 올린 역대 네 번째 외국인선수가 됐다.
하지만 제러드 설린저는 수상의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그는 "내게 믿음을 줬고, 공백기가 있었던 내가 적응하도록 도와준 선수들에게 모든 공을 돌리고 싶다. 나는 그들을 믿었고 그들도 나를 믿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러드 설린저는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주전급으로 활약한 선수였다. 하지만 몸 상태가 안 좋았고 부상이 겹치면서 NBA 무대를 떠나야 했다. 약 2년 가까이 선수 공백기를 보냈다.
KBL 무대는 제러드 설린저가 다시 일어서는 발판이 됐다.
그는 "내게 기회를 준 구단과 감독, 코칭스태프에게 정말 클 마음의 빚을 졌다"며 "선수들은 내게 가족 같은 존재다. 한번도 안 지고 10연승으로 우승까지 한 과정 하나하나가 소중하다"고 말했다.
오세근은 "내가 함께 뛰어 본 외국인선수 중에서는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제러드 설린저가 다음 시즌 KBL 무대에서 다시 활약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크지 않다. KGC인삼공사는 재계약 사인서를 내밀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자신의 존재감을 널리 알린 설린저는 더 큰 무대에서 뛰게 될 가능성이 높다.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은 "설린저가 자신의 등번호 0번을 영구결번해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년에도 우승하면 그때 해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지금 바로 해주면 내년에 다른 등번호를 달고 뛰어 그 번호도 영구결번시키겠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이어 "설린저가 2년 동안 쉬었다가 여기서 재기를 한 것 같다. 선수의 욕심도 있을 것이다. 더 좋은 빅리그로 가서 예전처럼 좋은 모습 보여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KBL을 뜨겁게 달궜던 '설교수'의 강의는 이제 마무리됐다. 제러드 설린저는 우승의 감격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순간"이라며 기뻐했다.
그리고 제러드 설린저는 마지막으로 "모든 강의를 다 수료했나? 모두 졸업했는가? 나의 강의는 모두 끝났다"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