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장난에 호가 1억원 서화 훼손…거장은 용서했다

지난 3월 10살 어린이 관람객 박대성 화백 작품 위에 올라타 훼손
박대성 화백 "어린이는 그럴 수 있고, 이 또한 작품 역사의 한 부분" 용서

경주엑스포 솔거미술관 CCTV에 포착된 작품위에 올라선 어린이. 경주엑스포 제공
한국화 거장 박대성(76) 화백의 전시 작품을 어린이 2명이 만지고 올라타 훼손하는 사건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박 화백이 이번 사건을 "문제 삼지 않고 모두 용서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경주솔거미술관에 따르면 지난 3월 17일 박대성 화백의 특별기획전 '서화(書畵), 조응(調應)하다'가 열리는 전시관에 10살 전후의 어린이 관람객 2명이 들어와 전시관 한가운데 전시된 작품 위에 눕거나 무릎으로 문지르고 다녔다.

이 과정에서 서화작품은 글씨가 번지고 뭉개지며 일부분이 훼손됐지만 아이들의 아버지는 이를 제지하지 않고 오히려 작품 위에 올라탄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등 황당한 행동을 했다.

어린이 관람객이 올라서 훼손된 박대성 화백의 작품. 경주엑스포 제공
박 화백의 작품은 통일신라 시대 최고 명필로 꼽힌 지서 김생의 글씨를 모필한 것이다. 가로 폭은 39㎝, 세로 길이는 19.8m에 달하는 대형 작품이다.

두루마리 형태로 제작돼 액자에 넣어 전시하는 것이 불가능해 길게 미끄럼틀 형태로 펼쳐 전시 중이었다. 작품 가격은 호가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솔거미술관에서 작품 훼손이 발생한 건 2015년 개관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미술관 측은 관람객과 작품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의도로 안전선을 제거하고, 관람 예절이 적힌 안내문도 전시관 곳곳에 설치했다.

작품 훼손 사실을 발견한 미술관 측은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을 통해 아이들과 아버지를 찾아냈지만 아버지는 "작품을 만지면 안되는지 몰랐다.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서 김생의 글을 임서한 20m 길이의 박대성 화백의 작품. 경주엑스포 제공
이에 대해 박대성 화백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지 않은가, 나도 자녀와 손주들이 있기에 용서하고 싶다"며 "작품 훼손 부분이 크지 않고, 이 또한 작품이 세월을 타고 흘러가는 역사의 한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대성 화백의 한국화 작품을 대거 전시중인 기획전시 '서화, 조응하다'는 오는 6월 20일까지 열린다.

한편, 솔거미술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보호선을 보강하고 관람예절과 주의사항 안내문을 추가로 설치하는 등 작품 보호를 위한 노력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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