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인 '블라인드'를 운영하는 미국 본사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사의 속도가 좀처럼 붙지 않고 있다.
4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블라인드 미국 본사에 대해 두 차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고, 여러 차례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블라인드 본사로부터 받은 1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보면, 유의미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개인 정보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앱이기 때문에 암호화를 구축한 상태인 데다 관련 자료를 줄 수 없다는 미국 판례 등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다만 경찰은 블라인드에 글을 남기면서 흔적이 거쳐 간 국내 통신 업체 2곳을 압수 수색을 해 방대한 자료를 확보한 상태다.
경찰은 해당 자료에 대한 데이터 포렌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글을 올린 작성자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되지만, 자료가 수십만 건에 달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현재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만 가지고는 수사를 진행할 정도는 되지만, 유무죄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가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글 작성자를 찾았더라도 고의성과 동기 등을 추가로 확인해야만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적용할지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해당 글을 캡처해 올린 작성자에 대해 인터넷상에서 대화를 신청했지만, 글만 읽고 탈퇴한 상태라고 밝혔다.
경찰은 "인터넷에 퍼진 글은 원본이 아닌 캡처된 상태"라며 "블라인드에 실제 있었던 글인지를 파악하고자 본사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정보를 주지 않아 확인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LH 본사를 압수 수색을 해 확보한 자료 역시 추적이 힘든 상태다. 블라인드 회원에 가입하려면 직장 이메일로 인증번호 등을 받아야 한다.
경찰이 LH 직원들의 이메일을 확보해 1천 건 이상의 유사한 메일을 확보했지만, 제목만 확인만 가능하고 내용은 볼 수 없어 재직자인지, 퇴직자인지 또는 블라인드에서 받은 것인지, 다른 곳에서 받은 것인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일단 경찰은 통신업체 2곳의 포렌식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고발 접수 후 통상 최대 3개월인 점을 고려해 결과를 보고 수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앞서 LH는 지난 3월 블라인드에 회사 명예를 실추시키는 내용의 글을 올린 작성자를 명예훼손과 모욕,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진주경찰서에 고발했다.
해당 글은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비판이 잇따르던 시점에 블라인드에 올라왔다.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라는 글에는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빨면서 다니련다', '꼬우면 니들도 이직하든가' 등이 담기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