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가상화폐를 투기 수단으로 규정한 정부는 '제도화'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가상화폐를 둘러싼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가상화폐 '제도화' 촉구
그는 "(가상화폐가) 투기판이 되지 않으려면 제도를 만들어서 투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안정화시켜주는 것이 맞다"면서 "미국이나 선진국은 다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는 변화하고 있지 않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2017년도에 JP모건이 이건 사기라고 당시 발표를 했지만 지금은 코인을 발행하고 있다"라며 "결국은 새로운 도전적인 측면을 우리는 키워야 될 것이고 위험적인 요소는 투기적인 요소는 줄여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에서도 제도화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같은날 "(정부가) 엄포만 놓을 게 아니라 이를 제도화할지, 투자자 보호를 어떻게 할지를 논의해야 한다"며 암호화폐TF 조직하기로 했다.
◇'보호 대상 아니다' 선긋는 정부
제도화와 관련해서도 "가상자산은 특정금융정보법이 개정,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거래소로서 요건을 갖춰 신고하고 투명하게 거래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이것을 제도화라면 반 정도 제도화된 정도로 진행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는 제도화와 한참 거리가 있는 발언으로 한마디로 가상화폐를 제도권 금융으로 끌어안을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그러면서 "국민이 많이 투자하고 관심을 갖는다고 보호해야 된다고 생각은 안한다"면서 "잘못된 길로 간다면 잘못된 길이라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5일 "(가상화폐는) 내재 가치가 없고, 지급 수단으로 쓰이는 데 제약이 크다는 건은 팩트(사실)"라며 "암호자산 투자가 과도해지면 투자자에 대한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고,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크다"며 평가절하했다.
◇각국 규제책 마련…'3년동안 뭐했나'
이처럼 정부는 여전히 가상화폐를 거래수단이나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정치권, 특히 여당이 가상화폐 제도화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하지만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처럼 가상화폐를 제도권 금융으로 끌어들일 경우 투자자들이 우리 정부도 가상화폐를 인정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 시장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다만 전세계적으로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불고 있고 특히, 한국에서는 '김치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로 열풍을 넘어 광풍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경우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나 제롬 파월 연준(FRB) 의장 등 연방정부 경제수장들은 가상화폐에 대해 노골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 반면, 각 지방정부 차원에서 법률을 제정해 가상화폐 시장을 관리하고는 등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일본도 법률을 제정해 가상화폐 거래소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고, 홍콩은 가상화폐 거래를 전문투자자에게만 허용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가상화폐 거래소 허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 역시 가상화폐 시장 자체를 인정하고 육성한다기 보다는 최소한도 이상의 규제를 통해 가상화폐 거래로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것은 막기위한 장치를 마련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금융업계한 관계자는 "정부는 가상화폐 제도화가 자칫 투기를 부추길까봐 조심스러운 것 같다"면서도 "그렇다고 현재같이 아예 방치해 버리는 것은 부작용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8년 가상화폐 시장이 과열됐을 때 제도화나 규제방안을 연구하고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시장이 가라앉자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다"면서 "3년만에 다시 시장이 과열됐는데 뚜렷한 대책이 없으니 그냥 시장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아무것도 안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