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여권에 '선의를 기반으로 한 소통'을 화두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를 뜻하는 '문파(文派)' 논쟁이 당안팎에 가열되는 가운데 나온 첫 지침이다. 4·7 재보궐 선거 참패로 민심을 청취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 공격적인 문파들에게 일종의 자제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이다.
◇'상처주지마라', '선의로 소통하라'…문파들에게 간접 경고한 문 대통령
문 대통령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영상축사에서 당원들에게 "소통과 토론이 선의의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서로 배제하고 상처주는 토론이 아니라 포용하고 배려하는 토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먼저 성숙해져야 한다. 우리가 먼저 서로 존중해야 하고 서로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면서 "끝내 하나가 되는 토론이 돼야 한다"고 말해 분열을 경계하기도 했다.
당안팎에 가열되는 '문파' 논쟁을 지켜본 문 대통령은 지난주 참모들과 이 문제를 상의했으며, 고심 끝에 이같은 메시지를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파 논쟁을 청와대 안에서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선의를 기반으로 한 소통을 강조하신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말했다.
'배제하고 상처주지 말라', '선의 위에서 소통하라'는 말은 결국 문파들에게 자제와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특정 정치인들에게 좌표를 찍은 뒤 욕설과 인신공격, 가족을 향한 저주 등이 담긴 문자폭탄을 퍼붓기도 하는 문파들의 공격적인 행태가 민심과 괴리를 일으키고 당의 통합을 해친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더 많은 국민들과 손을 맞잡을 때 강한 정당이 될 것"이라며 당의 외연 확장도 강조했다.
4·7 재보궐 참패를 인식한 듯 "지금 국민들은 우리 당이 시대의 변화, 국민 눈높이에 맞춰 부단히 혁신해왔는지를 묻고 있다"며 "참으로 무거운 질책이며 치열한 실천으로만 응답할 수 있는 질문이다"고 엄중한 국면임을 상기시켰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권이 정체성을 다시 정립하는 기로에 선 가운데 문 대통령이 자기 반성과 함께 당의 외연 확장에 보다 힘을 실은 것이다.
과거 문 대통령은 문파 논쟁이 벌어질때마다 소극적이었던 자세를 취해왔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이번에야말로 문 대통령이 직접 개입해 정리해야한다는 요구가 높다.
문 대통령은 정권 초반만해도 극렬 지지자들의 행태를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2017년 4월), "유권자인 국민들의 의사표시"(2018년 1월)라고 말하는 등 사실상 방치해 왔지만, 당 통합과 외연확장을 저해하는 문파들의 행태에 대해 제동을 걸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선의를 기반으로 한 소통' 발언이 본격적인 문파 논쟁의 참전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한 여권 관계자는 "문파 논쟁은 처음부터 문 대통령이 풀수 밖에 없는 문제"라며 "이제라도 대통령이 이번 논쟁을 정리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 같아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