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저녁 아들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서초구 소재 병원에서 기자를 만난 손씨는 "엿새 동안 물에 불었으면 (시신) 상태가 나쁠 줄 알았는데 깨끗하더라"며 "예전 모습이 그대로 있어서 너무 좋았고 힘든 표정도 아니었다. 약간 물에 불고 뻘 같은 게 묻어있는 거 빼고는 깨끗해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뒤쪽에서 피가 보이길래 부검을 해야 하니 하나도 안 건드리고 눈으로 봤다. 상처가 2개 보이는데 경험상 날카로운 것으로 베인 길고 깊은 상처로 보이더라"며 "(상처가) 길고 깊었는데 지식이 없는 제가 봤을 때도 물 속에 오래 있었다면 더러워져야 하는데, 오래된 거 같지 않은, 상당히 깨끗한 상처가 2개 있었다"고 설명했다.
손씨는 이 외상이 아들이 물에 빠진 '이후' 생긴 상처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물에 빠지고 나서 어디 부딪쳐 생긴 상처면 좋겠는데, 제 눈으로 볼 때는 그러기 힘들어보였다. 그 부분을 (경찰에) 규명해야 한다고 얘기했다"며 "검안하신 분이 이 상처가 물에 빠지기 전에 생긴 건지, 아닌지는 부검해봐야 안다고 하셔서 부검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물에 빠진 뒤에 그랬는지는 폐를 보면 알 수 있으니 '물에 빠지기 전에 죽었는지'가 하나, '그 상처가 어떠한 원인에 의해 만들어졌는지'가 또 하나"라며 "(사망원인을) 명쾌하게 납득만 하면 우리는 여기서 모두 끝난다"고 강조했다.
또한 "만일 그게 아니고 누구에 의해서 생긴 거(상처)고 그게 사망의 원인이라고 밝혀진다면 그 당시 거기(한강)에 있던 모든 사람과 차량을 조사해서 반드시 잡아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린 죽지도 못한다"며 "정민이가 죽은 원인만큼은 알아내고 죽어야 되잖나. 아내가 아들을 두고 맹세했다"고 덧붙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사(부검)가 보통 결과가 나오는 데 4주가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그 시간이면 (타살일 경우)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다 숨기고 은폐했을 거 같거든요. 그러니 빨리 (규명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게 다예요."
술에 취한 아들의 실수로 인한 죽음이라면 그 부끄러움을 이길 수 없을 거라고도 했다. 손씨는 "백프로 정민이의 잘못이면 제가 낯을 못 드니까 조용히 어디 숨었으면 좋겠다"며 "창피하더라도 정민이 잘못으로 밝혀져 '이 바보 같은 놈아, 술은 왜 먹고 거긴 왜 가서 (그랬니)'라고 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게 좋은 건지, 정말 '누가 그래서(해코지해서) 그놈을 잡는 게 좋은 건지' 정말 모르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4일 밤부터 이튿날(25일) 새벽까지 친구와 반포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시고 잠들었다 실종된 정민씨는 이날 오후 3시 50분쯤 한강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와 협의해 최대한 신속하게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