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예약 자제를 요청한 이유는 정부가 손에 쥔 백신 물량이 충분하지 않고, 예방접종 센터가 가진 역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상반기에 도입이 예정된 화이자 백신은 350만명 분인데, 정부는 이를 통해 75세 이상 어르신에 대한 접종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화이자 백신이 매주 조금씩 순차적으로 들어온다는 점이다. 지난 28일에는 12만 5천명분이 들어왔고, 5월 첫 주에는 21만5천명분의 도입이 예정돼 있다.
또 현재 정부가 손에 쥔 백신보다 상반기에 들여와야 할 백신 물량이 더 많다. 상반기 도입 물량 중 절반에 가까운 162만5천명 분은 6월에 도입될 예정이다.
30일 0시 기준 121만여 명이 화이자 1차 접종을 마친 상태로 이제 3주라는 접종 간격이 도래해 5월에는 이들에 대한 2차 접종을 실시해야 하는데, 아직 1차 접종을 하지 못한 고령층도 접종을 희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두 집단에게 모두 접종할 만큼의 충분한 백신이 없는 상태다. 결국 정부는 5월에는 4월 1차 접종자의 2차 접종에 집중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
또한 추진단은 접종센터의 역량을 고려해 신규 1차 접종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추진단 배경택 상황총괄반장은 "접종센터들의 역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2차 접종을 차질없이 실시하기 위해 기존에 예약됐던 1차 접종과 5월 신규 개소되는 예방접종센터를 제외한 신규 1차 접종 예약은 당분간 자제하도록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접종센터에서는 하루 600명의 인원이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는데, 1차 접종과 2차 접종을 동시에 진행하게 되면, 2차 접종을 받아야 하는 인원들이 신규 1차 접종자에게 밀려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추진단 홍정익 접종기획팀장은 "4월 1차 접종부터 600명이라는 총 접종 역량을 가동해서 접종을 했기 때문에 3주 뒤에는 600명에 대한 2차 접종 시기가 돌아온다"며 "1차 접종 대상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5월 중순까지는 4월에 접종했던 1차 접종자의 2차 접종이나 미리 예약했던 사람들의 1차 접종만 가능해질 전망이다. 추진단은 5월 중하순부터는 다시 1차 접종에 집중해 6월까지 75세 이상 어르신 전원에 대해 1차 접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4월 말까지 300만명이라고 밝힌 접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급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접종에 속도를 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배경택 반장은 "4월에 우선 접종한 분들의 특징은 고위험군으로 이들에 대한 신속한 접종으로 치명률과 중증화율을 낮추는 것이 예방접종의 첫번째 목표"라며 "이를 위해 최대한 역량을 동원해 1차 접종을 진행한 것으로 앞으로도 역량을 더욱 확충해 추가적으로 예약 및 접종을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