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분이고, 여기까지 있을 수 있게 만들어준 분입니다." (KGC 김승기 감독)
KCC 전창진 감독과 KGC 김승기 감독은 긴 인연을 자랑한다. 용산고 선후배로 김승기 감독이 실업 삼성전자에 입단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당시 전창진 감독은 삼성전자 주무로, 김승기 감독 스카우트에 앞장섰다.
1998년부터는 TG삼보(현 DB)에서 지도자와 선수로 손발을 맞췄다. 모비스(현 현대모비스)로 트레이드된 김승기 감독이 은퇴를 고려했던 2005년에는 전창진 감독이 다시 불렀다. 이후 감독과 코치로 동부(현 DB), KT에서 2015년까지 함께 했다. 둘은 2015년 KGC로 함께 둥지를 옮겼다. 하지만 전창진 감독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며 사퇴했고, 김승기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감독, 코치로 눈빛을 주고 받은 시간만 10년이 훌쩍 넘는 긴 인연이다.
시간이 흐른 2021년. KBL 최고를 가리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전창진 감독과 김승기 감독이 만났다. KCC와 KGC의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은 5월3일부터 열린다.
전창진 감독은 30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예전에 봤던 그런 사람이 아니다. KBL에서 능력이 있고, 인정을 받는 감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팀도 상당히 잘 만든 훌륭한 감독이 됐다"면서 "감히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내 나이에 김승기 감독에게 배운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겠지만, 그래도 배움은 끝이 없다. 내가 보기에는 굉장히 무서운 감독이 된 것 같다"고 옛 제자를 칭찬했다.
김승기 감독도 "너무 감사하다. 존경하는 분이고, 여기까지 있을 수 있게 만들어준 분이다. 내가 감독을 처음할 때 '아직도 그 분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그 분과 붙어보고 싶다'고도 했다"면서 "상부에서는 꼭 이기고 싶다. 그리고 전 감독님께 축하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긴 인연을 자랑하는, 또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 두 사령탑. 하지만 생각하는 키 매치업은 조금 달랐다.
김승기 감독은 "오세근과 송교창이다. 골밑은 오세근을 못 막을 것이고, 외곽은 송교창을 못 막을 것"이라면서 "서로 문제가 생길 것이다. 거기에서 수비 패턴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 부분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창진 감독은 "유현준과 이재도의 대결이 아닐까 싶다"면서 "유현준이 아직 어리지만, 팀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경기 운영을 잘하고 있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 팀도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유현준이 이재도와 어떤 매치업을 할지 가장 궁금하다. 유현준이 분명 이겨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정규리그 1위 KCC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전자랜드와 5차전 접전 끝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반면 3위 KGC는 6강에서 KT, 4강에서 현대모비스를 모두 3연승을 보내고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땄다.
목표는 같다. 우승이다. 전창진 감독은 동부 시절인 2007-2008시즌 이후 13시즌 만에, 김승기 감독은 2016-2017시즌 이후 4시즌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도전한다.
전창진 감독은 "4강 4차전이 고비였다. 3차전을 너무 쉽게 생각해서 크게 준비를 안 했고, 단순히 체력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고 4차전을 준비했는데 완패를 당했다. 상당히 괴로웠다"면서 "조금 힘들게 올라왔지만, 어쨌든 정상이 보이는 상황이니 잘 준비해서 기억에 남는 챔피언결정전이 되도록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김승기 감독은 "(플레이오프 고비는) 없었다. 너무 순조롭게 올라왔다"면서 "요즘 하는 말이 빙 돌아서 플레이오프에 왔다고 한다. 플레이오프에서 너무 지름길로 와서 많이 쉴 수 있었다. 팀 분위기도 너무 좋다. 생각하는 목적을 꼭 이루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