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포함 여부가 후보 추천 국면의 최대 관심사였지만, 결국 그는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여당의 4.7 재·보선 참패 요인 가운데 하나로 '검찰개혁 구호를 앞세운 무리한 행보'가 꼽히는 가운데, 피의자 신분이자 검찰 내 대표적인 친여(親與) 성향 인사로 꼽히는 이 지검장을 후보군에 포함시키는 것조차 부담으로 작용한 모양새다.
◇ 이성윤, '추천위 과반표'도 얻지 못해…'사면초가'
당초 법무부가 심사대상자 명단에 이 지검장을 포함시켜 추천위에 넘기면서 법조계에선 그가 최종 후보자로 낙점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권력수사 등 여러 민감한 사안과 관련해 여권과 긴밀하게 발을 맞추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검찰 내에서 윤석열 전 총장을 사실상 견제해 온 인물이었던 만큼, 정권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그가 총장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시각이었다. 그에게 '정권 방탄 총장 후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은 배경이다.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무마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서 기소 위기에 처한 이 지검장이 추천위 회의를 앞두고 본인 사건을 시민 눈높이에서 판단 받아보겠다며 수사심의위원회를 신청한 것도 총장 자리에 오르기 위한 기소 지연 목적의 행보로 해석됐다.
이렇게 '이성윤이냐, 아니냐'라는 물음표가 후보 추천 국면을 관통했지만, 결과는 '탈락'이었다. 여권 인사가 다수라고 분석되는 추천위 내부 표결에서조차 이 지검장은 과반수 미만을 득표해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그의 이름이 빠진 4명의 명단이 발표되기까진 약 3시간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비교적 격론 없이 속전속결로 결론이 났다는 얘기다.
특히 박범계 장관도 관례대로 본인이 생각하는 적합한 후보를 제시하는 대신, '검찰개혁 등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를 뽑아달라'는 등 원론적인 의견 개진을 추천위에 했다고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이 지검장을 후보군에 올리는 순간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로써 이 지검장은 검찰 내부의 신망도, 여권의 선택도 받지 못한 채 고독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가 후보군에서 제외된 만큼, 향후 열릴 수사심의위도 정치적 부담에서 자유롭게 기소 여부와 수사 계속 여부를 판단하게 됐다는 평가다. 검찰은 이미 기소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차기 총장이 확정되더라도 그가 중앙지검장 자리는 지킬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거론된다.
◇ 김오수·구본선·배성범·조남관 압축…누가 '포스트 윤석열'?
사법연수원 기수상 선배인 김오수 전 차관은 현 정부 들어 각종 인사 때마다 심심찮게 등장했던 인물로, 후보군 중에서도 차기 총장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라고 평가받는다. 전남 영광 출신으로,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을 보좌하며 현 정부 초기 여권이 앞세운 ‘검찰개혁’ 의제를 최일선에서 챙겨온 게 강점이다. 그 역시 친여 인사로 평가받지만, 후보 추천 국면에서 이 지검장이 워낙 유력 후보로 거론되다보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면도 있다. 최근엔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과 관련해 출금 실무 승인자로 지목돼 검찰로부터 서면조사를 받기도 했다.
인천 출신인 구본선 광주고검장은 여권과 검찰 내부를 통틀어 큰 마찰이 없었던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그는 추미애 전 장관이 윤 전 총장 징계를 시도하자 발생한 검란에서 다른 일선 고검장들과 함께 반대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배성범 법무연수원장은 경남 마산 출신으로, 이성윤 지검장 직전 중앙지검장 재직 당시 윤 전 총장과 호흡을 맞춰 이른바 ‘조국 수사’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의 키를 잡았다. 때문에 후보군 가운데 다소 낙점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추 전 장관 체제에서 고검장으로 승진했지만 법무연수원장직을 맡으며 ‘윤석열 사단 해체’와 맞물린 좌천성 인사라는 해석이 나왔다.
현재 검찰총장 직무 대행인 조남관 차장검사는 전북 남원, 전주고 출신에 노무현 정부 후반기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다. 2009년 5월 검찰 수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하자 다른 검찰 인사들이 조문을 주저하던 것과 달리 봉하마을을 찾아 조문한 일화는 유명하다. 특유의 조율 능력으로 여권과 검찰 간 갈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인사로도 거론된다. 윤 전 총장 징계 청구 국면에서 추 전 장관에게 철회를 호소하고, 최근 '한명숙 재판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을 재심의 하라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에 대검 부장‧고검장 확대회의를 소집, 불기소 결론을 이끌어 낸 점을 두고 검찰 내부에선 ‘소신파’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