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검찰 조직을 이끄는 차기 총수 후보에 대한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할 뻔했던 수사심의위로서는 이날 결과로 한층 부담을 덜게 되면서 기소 여부 판단에도 보다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는 전날(29일) 회의 결과 △김오수(사법연수원 20기) 전 법무부 차관 △구본선(23기) 광주고검장 △배성범(23기) 법무연수원장 △조남관(24기) 대검찰청 차장검사 등 4명을 차기 총장 후보군으로 선정했다.
검찰 내 대표적인 친(親) 정부 검사로 평가받는 이성윤 지검장은 이 명단에 결국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 무마 의혹의 피의자 신분인 데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황제조사' 논란 등이 후보 선정에 부담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회의에 참석한 추천위원 중 한 명인 이종엽 대한변협 회장은 회의 전 취재진과 만나 "자기 조직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조직의 수장이 될 자격이 없고 특정 정치 편향성이 높은 분도 마찬가지"라며 이 지검장을 정면으로 저격하기도 했다.
이 지검장이 총장 후보군에 오르는지가 최대 관심사였던 가운데 결국 최종 탈락하며 이제 검찰 안팎의 관심은 그가 직접 일반 시민의 눈에서 판단을 받겠다며 소집을 요청한 수사심의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수사심의위원회는 법조계 뿐 아니라 언론계, 시민단체 등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국민적 의혹이 있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과 관련해 기소‧불기소 처분 여부와 수사 적정성‧적법성 등을 심의한다. 이들이 내리는 결정은 권고적 효력을 지닌다.
이 지검장이 최종 후보 3인에 오르고 법무부 장관이 이 지검장을 대통령에게 최종적으로 제청했다면 수사심의위로서는 차기 검찰총장 후보의 기소 여부를 수사팀에 앞서 1차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지검장이 결과적으로 후보군에서 빠지며 수사심의위는 이같은 부담을 덜게 됐다. 이 지검장의 혐의가 재판에 넘길만한 것인지, 수사를 계속할만한 것인지 여부 등의 판단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수사심의위는 총장 후보를 추린 이날 이 지검장의 기소 여부를 심의할 현안 위원 선정을 마치고 내달 10일 오후에 이 지검장의 기소 여부를 판단할 회의를 열기로 했다. 위원들은 수사심의위 위원장인 양창수 전 대법관이 각계 전문가 150∼250명 중 무작위로 15명을 추첨해 뽑는 방식으로 선정됐다.
이 지검장은 2019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시절 김 전 차관 출금 후 위법 정황을 발견한 수원지검 안양지청의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의 기소 필요성을 두고는 수사팀(수원지검 형사3부)과 의견을 보고 받은 대검 간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의 의견이 이같이 모아진 만큼 만약 수사심의위까지 이 지검장에 대해 기소를 권고할 경우, 수사팀도 이 지검장을 그대로 재판에 넘길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이 지검장으로서는 현재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장직의 유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위태로운 지경까지 몰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