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정규직 채용에 합격해 1년간 수습으로 근무하던 중, 수습기간 종료 일주일 전에 정규직 전환 불가통보를 받았습니다. 채용공고에는 '시용(試用)'이라 했지만 내규상 존재하지 않고 '수습직원'에 대한 정의만 있어 수습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수습기간이 1년이나 되고, 근무 내내 '정규직이나 마찬가지' 식의 말을 많이들 했기에 당연히 큰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정규직이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너무나 황당합니다. 이런 경우는 해고예고수당이 적용되지 않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다음 달 1일 131주년 '노동자의 날'(노동절)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내 직장인들은 코로나19를 핑계삼은 부당해고부터 채용사기에 이르기까지 근로자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올 1월부터 4월까지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를 분석한 결과, 직장인들의 '10대 직장 풍경'으로 △코로나 해고 △하청 설움 △프리랜서 △폭행·폭언 △성희롱 △모욕 △육아휴직 불이익 △채용사기 △청년내일채움공제 △실업급여 등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고용이 보장되지 않은 비정규직이 겪는 '갑질'과 설움은 다양했다. 일용직 노동자들을 상대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마켓컬리의 일용직 근무자는 "올 1월 인력업체를 통해 블랙리스트 명단에 제 이름이 있는 걸 확인했고 서면통보 없이 해고를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마켓컬리가 하청업체에 'OOO 블랙 처리하세요'라고 요구하면 업체는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대로 해당 근로자를 해고시켜 더 이상 근무에 투입하지 않는다"며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작업반장 마음에 안 들면 사유를 만들어 자른다"고 토로했다.
수영강사로 일했던 한 프리랜서 노동자는 평일·주말 구분 없이 4년 넘게 정직원과 같이 일했지만, 지난 1년간 800만 원이 넘는 급여를 받지 못했다. 그는 "4대 보험을 안 들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구분이 안 된다는 게 너무 답답하다. (보험에 가입된) 다른 직원들과 같이 일하고 같이 퇴근했는데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이 약자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의 여파는 여성들에게 더 가혹했다. 직장갑질119 조사에 따르면, 여성 노동자들의 실직경험이 24.8%로 남성(14.1%)보다 10%p 이상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올 1월과 비교했을 때 소득 변화에 대해서도 '벌이가 줄었다'고 답변한 여성이 43.4%로 남성(28.5%)에 비해 1.5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1분기 직장갑질119의 설문조사에서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응답은 20대(35.3%)가 50대(28.5%)보다 6.8%p 가량 높았다.
직장갑질119는 최근 사내 갑질과 부당해고가 더욱 늘어나는 이유로 '낮은' 노동조합 조직률을 들었다.
실제로 현재 고용상태에 대해 노조원은 19%가 불안을 느낀다고 답한 데 반해 비노조원은 절반 가량인 49.5%가 실직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직 경험 또한 비노조원이 20.4%로 노조원(6.3%)의 3배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9년 전국 노조 조직현황'에 따르면 전체 노조 조직률은 12.5%로 파악됐다. 다만, 공공부문(70.5%)·공무원(86.2%)·300인 이상 대기업(54.8%)에 비해 100인 미만 사업장(1.7%)·30인 미만 사업장(0.1%)은 조직률이 턱없이 낮았다.
직장갑질119는 "문재인 정부는 현재 10%에 불과한 노조 가입율과 단체협상 적용률을 높이기 위해 법·제도 개선 추진을 공약했지만 어떤 법 개정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비정규직의 남용을 막기 위한 '사용사유 제한제도' 도입, 비정규직을 과다하게 고용하는 대기업에 대한 '비정규직 고용 부담금제' 도입, '비정규직 차별금지 특별법 제정' 등의 공약도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