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초등학교 운동장 달린 멧돼지…등교 학생들 '멘붕'

창원 도심에 잇따라 멧돼지 출몰...경남 지난해 1만여 건 포획
전문가, 서식지 파괴·출산기 등 이유로 도심 출몰
시민들 대피 요령 등 주의 당부

서식지 파괴 등으로 산속에서 내려온 멧돼지가 경남 창원 도심에 잇따라 출몰해 시민 주의가 필요하다.


29일 오전 8시 20분쯤 창원시 성산구의 한 초등학교에 멧돼지가 출몰해 등교 중이던 학생들이 놀라고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영상을 보면 100킬로그램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멧돼지 1마리가 학교 운동장을 무섭게 달려가고 학생들은 다급하게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사이 학교관계자는 멧돼지가 학생들에 달려들까 학교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정문을 막으려 했다.

영상 캡처
이 멧돼지를 추적하던 경찰·엽사 포획팀은 그자리에서 5발을 쏴 사살시켰다. 다행히 등교하는 학생들이 다치지는 않았고 2시간의 기나긴 추적 끝에 사건이 종료됐다.

사건은 새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전 2시 45분쯤 경남 창원 일대에 멧돼지가 출몰했다는 신고가 112에 최초 접수됐다. 이어 '위험하다'는 멧돼지 출몰 신고가 잇따르자 경찰 등의 협조 요청을 받은 엽사 A씨는 오전 6시 20분쯤부터 창원소방대원들과 함께 소방차를 타며 멧돼지 포획팀을 꾸리고 사냥에 나섰다.

멧돼지가 창원 일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이곳저곳 잽싸게 돌아다녀 포획은 쉽지 않았다. 그사이 신월주공 아파트와 상남동 남창원농협 등 도심 일대에 멧돼지가 출몰했다는 신고는 빗발쳤다. 한 옷 가게 유리창이 깨지고 자전거를 탄 남성이 다쳤다는 신고도 들어왔다.

그렇게 신출귀몰 멧돼지를 쫓은 지 2시간째. 멧돼지가 오전 8시 20분쯤 창원의 한 초교 앞에 떡하니 나타났고 추적하던 포획팀은 그자리에서 사살했다. 엽사 A씨는 "멧돼지는 암컷으로 대암산에서 먹이를 찾기 위해 내려온 것으로 추정된다"며 "인명피해나 재산피해가 없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사살 전후 합쳐 모두 15건의 멧돼지 신고가 들어왔다.

엽사 A씨 제공

이처럼 도심에 멧돼지가 출현하는 건 이례적인 현상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창원 의창구 사화공원 입구에서 멧돼지 5마리가 줄지어 내려와 시민들의 신고가 잇따랐다. 전국적으로도 멧돼지 출몰 신고는 넘치며 환경부와 지자체 등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줄 수 있는 멧돼지 포획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환경부의 전국 야상멧돼지 제거 현황 자료를 보면 경남은 지난해 1만 947건을 기록했다. 전국에서 경북과 강원, 경기 다음으로 네번째로 많다. 제거 수가 많은 만큼 멧돼지 개체수도 그 지역에 많다는 걸 추정할 수 있다.

전문가는 도심 출몰 이유로는 천적이 없는 상위 포식자인 멧돼지가 번식력이 강해 개체수는 급증하는 데 반해 출산기와 함께 서식지 파괴로 먹이 찾는 데 어려움을 겪어 벌어지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오수진 경남수렵인참여연대 회장은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는데 멧돼지가 서식지 파괴와 출산기로 난폭해지며 도심으로 내려오는 걸로 보인다"며 "요즘 아프리카 열병으로 계속 멧돼지를 잡으러 다녀 총소리 등에 놀란 이들이 민가로 내려온 이유도 있을 것인데 인간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계속 포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명 피해가 없도록 시민들의 주의도 당부했다.

오 회장은 "도심이나 산에서 멧돼지를 발견하더라도 소리치거나 등을 보이고 도망가면 안 된다"며 "조용히 뒷걸음질 치며 가까이 있는 나무나 전봇대, 자동차 뒤로 몸을 숨겨야 한다. 우산이나 옷을 펼쳐 몸집을 크게 보이면 멧돼지가 달려들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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