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광주시립미술관에 따르면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 측은 최근 이건희 컬렉션 2만 3000점 가운데 김환기, 오지호, 이응노, 이중섭, 임직순 작가의 작품 30점을 광주시립미술관에 기증했다.
삼성 측은 이달 초 광주시립미술관에 고인의 미술 소장품 중 광주에 연고를 둔 작고 작가들의 근현대 대표 작품작들을 추려 기증 의사를 밝혔다.
광주시립미술관은 기존 소장품으로 김환기 작가의 유화작품 1점과 드로잉 작품 2점을 소장 중이었다. 이번에 1950∼60년대, 1970년에 제작한 유화작품 4점과 드로잉 1점을 한꺼번에 기증받음으로써 김환기의 작품세계를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여기에 국민화가 이중섭 작가의 작품도 기증됐다.
이중섭의 작품은 은색 담배종이에 그린 '은지화'(銀紙畵) 4점과 연인 야마모토 마사코에게 보낸 '엽서화' 4점 등 모두 8점이다.
삼성 측은 기증하기 전 작품에 대해 감정 평가를 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광주시립미술관에 기증된 30여 점의 감정가는 수십억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기부된 일부 작품의 경우 크랙과 박리 현상이 나타나 일부 보수가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시립미술관의 학예연구사 등은 기증 작품을 작가 연구의 기초자료로 삼고 미술사 연구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광주시립미술관은 미술관 개관 30주년을 맞는 오는 2022년에 이번 기증 작품들을 시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광주시립미술관 전승보 관장은 "지역에 연고를 둔 국내 근현대기 대표 작가를 중심으로 작품을 기증받았다"며 "이번 기증은 예향으로 이름 높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면서 풍성한 문화예술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광주시에 대한 기증자의 배려라고 생각되며, 향후 미술관의 품격과 소장품의 질적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기증작은 전남지역 대표작가이자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던 작가들의 작품으로, 미술관의 소장품 컬렉션을 기반으로 한 전시 및 연구기능을 강화하는 데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주요 기증작 작가는 진도 출신 의재 허백련, 화순 출신 오지호, 신안 출신 김환기, 고흥 출신 천경자, 김은호, 유영국, 임직순, 유강열, 박대성 등 총 9명의 작가가 포함됐다.
기증작 가운데 김환기 작가의 '무제'는 전면점화(全面點畵)가 시작되기 전 화면을 가로지르는 십자구도의 작품으로, 전남도립미술관 소장품의 품격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5점이 기증된 오지호의 작품 중 '풍경'과 '복사꽃이 있는 풍경', '잔설', '항구풍경’'등도 화면 속에서 공기가 순환하는 듯한 특유의 필치가 잘 드러났다.
전남도립미술관은 고품격을 자랑하는 미술품 기증이 흔치 않은 일인 만큼 이번 기증작을 중심으로 오는 9월 1일부터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