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A씨는 모르는 외국인으로부터 SNS 친구 신청을 받았다. 친구 신청을 한 B씨는 자신을 미군 장교라고 소개했다. B씨는 어눌한 번역투로 A씨와 대화를 이어갔다.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는 어느새 연인간의 대화로 발전했다.
그러던 중 B씨가 제안했다. 자신이 한국으로 들어갈 예정인데 미리 생활비와 금괴 등을 보낼 테니 맡아달라는 이야기였다. 대신 배송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미 B씨를 신뢰하게 된 A씨는 500만 원을 보냈다. 하지만 이후 B씨와는 연락이 끊겼다. 결국 A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로맨스 스캠(Romance Scam)'에 피해를 입었다. 로맨스 스캠은 SNS를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한 뒤 자신의 재력이나 외모 등을 과시해 신뢰를 쌓고 돈을 가로채는 신종 범죄다.
B씨 등은 자신을 예멘에서 근무 중인 미군 군의관이라고 소개하거나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직원 등으로 위장한 뒤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남성 피해자에게는 자신을 미군 여성 소령으로 소개하며 다가가기도 했다. 이들은 자신의 SNS에 일상 사진을 공유하며 의심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과는 영상·음성통화는 하지 않고 SNS와 모바일 메신저로만 연락했다.
경찰은 B씨 등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조직원들을 쫓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범행에 사용한 사진이 도용됐을 수도 있다고 판단, 다방면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SNS상에서 범행에 사용될 수 있는 개인정보는 최대한 노출을 자제해야 한다"며 "SNS에서 만난 상대방이 돈을 보내라고 할 경우, 로맨스 스캠을 의심하고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