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전국택배연대노조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3일 아파트 측 보안팀으로부터 "택배기사들이 집 앞에 인쇄물을 붙인다"는 취지의 112 신고를 받았다. 당시 기사들은 '입주민 여러분께 호소드립니다'라는 제목이 적힌 인쇄물을 53개 동 중 4개 동 현관문 앞에 걸어둔 것으로 전해졌다.
호소문이 배포된 지 약 2시간 만에 관리사무소 직원이 현장에서 제지했고, 112에 신고하면서 경찰 출동까지 이어졌다. 신고를 접수한 강동경찰서는 해당 기사들에게 소환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택배노조는 이날 강동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사회에는 넘지 말아야 할 선, 상식이라는 게 있다. 아파트 측 관리사무소의 고발은 사회적 상식을 무시하고 갑질의 끝판을 보여주는 행위"라며 "이들은 경찰한테 '끝까지 법으로 처리해달라. 합의할 생각없다'고 했다고 한다. 참으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택배노동자들은 본인의 노동환경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후퇴하는 현실을 감내해야만 하나"라며 "이에 대한 문제점을 알린 것에 대해서도 이렇게 고발을 당하고 경찰 소환을 당해야 하는지 억울하고 분노스럽다"고 덧붙였다.
신고를 당한 택배기사 또한 "어떻게든 한 분이라도 저희 호소를 들어줬으면 하는 절절한 마음에 주민들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유인물 한 장 건네는 것이었다"며 "주민분들 나올 때 맞춰서 아파트에 들어가 옥상부터 집집마다 하나씩 꽂으며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주자 대표회의와 대화하고 싶다는 유인물 한 장을 건네고 싶었던 것 뿐"이라며 "주거침입해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택배노동자가 사람답게, 아빠·엄마로 살 수 있게 몸 안 상하고 건강하게 물품 전달할 수 있게끔 도와달라 호소한게 어떻게 주거침입이 되나"라고 호소했다.
앞서 약 5천 세대 규모로 알려진 해당 아파트는 주민 안전 등을 이유로 지난 1일부터 안전 사고와 시설물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택배 차량의 아파트 단지 내 진입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택배는 손수레로 각 세대까지 배송하거나 제한 높이 2.3m인 지하주차장에 출입이 가능한 저상차량만을 이용하도록 했다.
이에 택배노조는 '아파트 측 갑질'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특히 결정과정에서 아파트가 택배노동자들의 의견을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가 '단지 입구 배송'을 시행하면서 '택배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반면 아파트 측은 1년 전부터 택배사와 협의를 거쳐 택배차량의 지상 진입을 금지에 대해 충분한 계도 기간을 거쳤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