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약산 살인사건, '면식범·우발적 범행'에 무게

경찰, 유력 용의자 10~40여명으로 좁혀
"상처 대부분 얼굴에 집중" 감정 실린 우발적 살인 가능성에 무게
"외부인 이용 힘든 장소서 시신 발견" 면식범 가능성 높아
피해자 소지품서 타인 DNA 검출…정밀감정 의뢰

산을 수색 중인 경찰.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황진환 기자
부산 시약산에서 70대 남성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지 26일이 지난 가운데, 경찰이 면식범의 우발적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A(70대)씨를 살해한 유력 용의자를 좁게는 10여명, 넓게는 40여명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우선 경찰은 A씨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이 사건을 면식범의 감정이 실린 범행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몸에는 일부 방어흔을 제외하면 대부분 얕은 상처가 얼굴에 집중돼 있다.

또 A씨가 발견된 장소는 좁은 데다 외부인은 이용하기 힘든 장소다.

경찰은 "계획 살인이라면 급소를 노리던지, 길이가 긴 흉기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 사건은 얼굴을 난사했고, 상처도 깊지 않다"며 "이런 경우 감정적 살인일 확률이 높아 계획범죄보다는 A씨와 우발적으로 만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 평소 원한 관계나 발견 장소 등을 고려하면 면식범일 가능성이 높지만, 전과자나 정신병력자 등과 우연한 다툼이 벌어졌을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피해형태로 봤을 때 '묻지마 범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전체 수사대상자를 140여명 중 A씨와 원한 관계가 있는 10여명과 주변 전과자 등 30~40명 중에 유력 용의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경찰청 전경. 부산경찰청 제공
아울러 경찰은 A씨가 당시 소지하고 있던 등산용품에서 타인의 DNA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DNA가 누구의 것인지를 밝히기 위해 정밀감정을 의뢰해 둔 상태다.

시약산 살인사건은 지난 3일 오전 6시쯤 A씨가 서구 시약산 등산로에서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그동안 형사 70여명을 동원해 탐문 수사에 더해 폐쇄회로(CC)TV 90여개와 A씨 통화·계좌 내역 등을 분석해 왔다.

하지만 용의자를 지목하지 못해 인근 주민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하는 상황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2015년 경남 창원 무학산 살인사건 용의자도 6개월 만에 붙잡힌 적이 있다"며 "이번 사건도 검거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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