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이건희 미술품' 어떤 것들이, 어디로 가나?

개인소장 미술품 1만 1천여 건, 2만 3천여 점 기증
'이재용 사면용 이미지 마케팅'이란 지적도

이건희 고 삼성그룹 회장.
최대 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는 '이건희 미술품'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삼성은 국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고(故) 이건희 회장 소유의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의 근대미술 작품 등 모두 1만 1천여 건, 2만 3천여 점을 국립기관 등에 기증한다고 28일 밝혔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3월 28일자: 3조원대 이건희 미술품, 상속세 '물납' 가능한가?)

국보, 보물을 포함한 문화재로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을 비롯해 국내에 유일한 문화재 또는 최고(最古) 유물과 고서, 고지도 등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 1600여 점은 국립박물관에 기증된다.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삼성 제공
현대미술로는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근대 미술 대표작가들의 작품 및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작가들의 미술품과 드로잉 등 근대 미술품 1600여 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된다.

한국 근대 미술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 중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의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했다고 삼성 측은 밝혔다.

이중섭의 '황소'. 삼성 제공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모네, 미로, 달리 등의 해외 거장의 미술품이 기증된다.


이곳에는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및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의 작품이 기증될 예정이다.

삼성 측은 "지정문화재 등이 이번과 같이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되는 것은 전례가 없어 국내 문화자산 보존은 물론 국민의 문화 향유권 제고 및 미술사 연구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삼성 제공
직접 감정에 참여한 미술품 감정 전문가는 "질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양적으로는 '이건희 미술품'의 80~90퍼센트 정도는 기증한 것 같다. 국립중앙박물관 일년 예산이 60억인데 이 정도면 수백년 걸려 사모을 수 있는 정도"라며 "고미술 등은 국립중앙박물관에, 현대미술은 국립현대미술관에 잘 정리해 기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준모 국립현대미술관 전 학예실장은 "국가로서는 잘 된 것이라고 본다. 서양 현대 미술품을 빼고는 대부분을 다 기증한 걸로 본다"며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된 작품들의 맥락이 잘 안 맞는 부분들이 잘 메꿔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 같다. 컬렉션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권오인 경제정책국장은 "상속세 물납제를 통해 세금을 깎아보려다 문제되니 막혀서 기증으로 선회한 것 같다"며 "마땅히 해야 할 납세의 의무를 사회공헌 측면에서 과도하게 부풀린, 이재용 부회장 사면 여론 조성을 위한 과도한 이미지 마케팅이 아닌가 한다"고 비판했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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