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브이]'디코이 전술' 가짜가 진짜를 이긴다




현대전에서는 적에게 파괴되기 위해 존재하는 무기가 운용됩니다. 바로 적의 유도탄이나 각종 탐지장비를 교란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디코이'(Decoy)입니다. 디코이는 아군의 진짜 무기와 장비를 보호하고, 적을 혼란에 빠트리는 가짜 무기, 가짜 장비를 뜻합니다.

디코이 전술은 중국 소설 삼국지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적벽대전 당시 조조에 비해 형세가 불리했던 주유는 제갈량에게 열흘 안에 10만개의 화살을 만들어 오라 지시하는데요. 이에 제갈량은 안개가 짙은 밤을 골라, 짚으로 만든 가짜 병사를 실은 가짜 군함을 끌고 조조 군영에 접근합니다. 이를 야습으로 착각한 조조가 화살을 퍼부어 결과적으로 화살 10만개를 제갈량에게 제공합니다.


실전에서 본격적으로 디코이 전술이 사용된 시점은 통상 1차 세계대전부터로 잡습니다. 와인통을 잘라 만든 가짜 야포, 디코이 야포를 진짜 무기들 사이에 배치해 적을 유인·교란하거나 적의 공격을 지연시키는 데 활용됐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면서부터는 디코이 전술이 더욱 정교해졌습니다. 정찰기의 눈을 속이기 위해 장갑차, 전투기, 전차는 물론 벙커까지 만들었는데요. 나치 독일의 명장인 롬멜은 아프리카 전선에서 디코이 전차를 대량으로 배치해 영국군을 후퇴시켰습니다.

미국은 아예 1942년 '고스트 아미'(Ghost army)라 불리는 603 특수공병대대를 창설해 디코이 전술을 운용했습니다. 이 부대의 구성원은 예술학교 학생, 화가, 광고전문가, 무대장치 디자이너, 무선통신사, 엔지니어 등 보통의 부대와는 달랐는데요.

당시 이 부대 소속이던 조스펜스 이병은 "단 4명의 병사가 25톤에 달하는 전차를 어깨에 짊어지고 걷고, 단 몇 대의 전차가 한시간도 되지 않아 수백대로 늘어나며, 순식간에 수만명의 병사가 나타났다"고 부대의 활약상을 증언했습니다.

미국은 이렇게 만들어진 디코이 전문부대를 이용해 많은 전과를 올렸습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진짜 공수부대가 강하하기 전에 인형으로 된 디코이 공수부대를 엉뚱한 곳에 떨궈 독일군을 기만했고, 작전을 앞두고는 다른 지역으로 대량의 디코이 부대를 배치해 독일군 주병력을 유인함으로써 노르망디에서 상륙작전을 성공시켰습니다.

전쟁 말기 연합군이 베를린으로 진격하기 위해 라인강을 도하할 때도 미국은 디코이 부대를 투입했습니다. 가짜 도하 지점에 약 3만 명의 병력이 집결한 것처럼 꾸며 독일군을 유인한 것인데요. 덕분에 연합군 2개 사단이 라인강을 도하할 때 인명피해는 31명으로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디코이는 정찰기술과 탐지능력이 극도로 발달한 현대에도 효용성을 주목받고 있습니다. 1998년 코소보 해방군의 도발을 계기로 세르비아군이 코소보 지역을 침공해 학살을 자행했고, 세르비아에 맞서 미국을 필두로 한 NATO가 참전을 선언했는데요.

러시아 앞마당이나 다름없었던 세르비아까지 육군을 보낼 수 없었던 NATO는 대신 공습을 선택했습니다. '개미 한 마리까지 찾아내서 폭격을 가하겠다'고 정찰능력과 폭격능력을 과시한 NATO는 F-117, F-16, F-111 등 당대 최신 전투기와 B-52 폭격기를 이용해 대당 수백억원씩 하는 정밀 유도폭탄들을 세르비아 군에 20여일 간 퍼부었습니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NATO 전력에 비하면 미약하기 이를 데 없던 세르비아군이 폭격을 20여일이나 버텼다는 것인데요. 더 놀라운 일은 종전협상 후에 벌어졌습니다. NATO의 폭격으로 전부 파괴되었어야 하는 세르비아군의 전투기, 전차, 보병들이 거의 피해 없는 상태로 본국에 철수하는 것이 포착된 것입니다.

알고 보니 NATO가 자랑하며 퍼부었던 값비싼 폭탄들은 전부 세르비아가 만들어 놓은 디코이로 향했던 것인데요. 이처럼 '헛일'에 힘쏟은 공습작전인 데다, 설상가상으로 일련의 작전 도중 F-117과 F-16같은 당시 미국 최신 전투기가 세르비아 대공 미사일에 격추되는 굴욕적 피해도 NATO가 입었습니다.

디코이의 활용도가 이처럼 무궁무진한데요, 심지어 탄도미사일에도 적용이 됐습니다. 대부분의 탄도미사일은 상승단계 후반에 탄두를 분리하는데요. 이때 적의 요격시스템을 교란시키기 위하여 디코이 탄두도 같이 분리하게 됩니다. 여러 개의 탄두로 진짜 탄두를 숨겨 적의 요격시스템을 마비시키는 전술입니다. 북한이 최근 공개한 신형 ICBM에도 이 기술이 적용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전장의 낚시꾼으로 불리는 디코이 전술. 급변하는 미래의 전장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전술이 등장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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