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업]투기하다 걸린 정치인들 "아내가 했어요, 저는 몰라요"

"부동산 투기, 남자들은 기억을 못한대요"
돈을 잘 불려야 훌륭한 아내라는 메시지 던지는 사회
주택 소유자 남성 많지만 3채 이상부터 여성이 추월

■ 방송 : CBS 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 FM 98.1 (18:25~20:00)
■ 진행 : 김종대 (연세대 객원교수)
■ 대담 : 정은정 작가, 이라영 작가


◇ 김종대> 빈약해진 우리들의 관계를 업시켜 보는 시간. 모든 것에 대한 관계 맺기의 달인 이라영 작가님 어서 오세요.

◆ 이라영> 안녕하세요.

◇ 김종대> 그리고 도시와 농촌의 관계를 업시키는 도농 관계의 달인. 농촌 사회학 연구자 정은정 작가도 어서 오세요.

◆ 정은정> 안녕하세요.

◇ 김종대> 이라영 작가 오늘은 부동산 투기에 대한 이야기 준비해 오셨다고요.

◆ 이라영> 사실 저는 부동산 투기와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만 요즘 부동산 관련 뉴스가 끊이지 않고 있죠. 제가 뭐 부동산 전문가는 아니고요. 부동산 자체보다는 부동산과 여성들이 어떤 지금 관련을 맺고 있는지에 대해서 좀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이라영 작가(왼쪽), 정은정 작가

◇ 김종대> 부동산과 여성. 어떤 관계입니까?

◆ 이라영> 왜냐하면 고위직들. 고위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이 부동산 투기 관련해서 물의를 빚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잖아요.

◇ 김종대> 그렇죠.

◆ 이라영> 그럴 때마다 반복적으로 우리가 듣는 말들이 있어요. 제가 구체적인 사례들을 좀 읽어드릴게요. 예를 들면 2019년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김의겸 대변인, 전 대변인.

◇ 김종대> 지금은 국회의원입니다.

◆ 이라영> 지금은 국회의원이시죠. 그때 논란이 되니까 아내가 나와 상의 없이 내린 결정이었다.

◇ 김종대> 아이고, 그렇게 얘기했군요.

◆ 이라영> 그리고 이제 아내만이 아니라 그분의 동생의 건물 매입도 문제가 되니까 제수씨가 권했다.

◇ 김종대> 계속 그냥 아내, 제수씨.

◆ 이라영> 제수와 자기 아내. 이제 동서지간에 벌어진 일이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 정은정> 그 정도면 가족 왕따 아닙니까?

◆ 이라영> 좀 너무하죠, 이 정도면. 그리고 이제 전 민정수석인 김조원 민정수석 같은 경우도 역시 또 그런 일이 벌어지니까 남자들은 잘 모른다. 잘 몰라요, 남자들은. 그리고 또 역시 2019년 조국 사태 당시에도 사모펀드. 이건 부동산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재테크로 범위를 넓혀보면 사모펀드가 문제가 되니까 나는 사모펀드가 뭔지도 모른다. 아내가 관리했다. 그리고 이제 최근에는 지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도 내곡동 땅 투기가 이제 문제가 되자 같은 당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이 되게 재미있었는데 대범한 남자들은 그런 거 기억 못 한다.

◇ 김종대> 그러니까 이런 문제가 터질 때마다 남녀라는 구분이 확연하게 떠오르면서 다 여성들이 주범인 걸로 돼요.

◆ 이라영> 다 아내가 했고요. 남자들은 기억을 못한대요.

◇ 김종대> 그런데 그거 사실 아닐까요?

◆ 이라영> 왜 사실일까요?

◇ 김종대> 그러니까 진짜 그런 거 아닌가, 이분들의 경우에.

◆ 이라영> 정말 평상시에 아내한테 어느 정도 맡겨뒀을 수 있죠. 그렇지만 정말 모를까요? 그건 좀 의구심이 있지만 오늘 우리가 이제 할 이야기는 일단 아내에게 실제로 부동산 또 넓게는 재테크를 좀 맡겨두는 이 문제가 그럼 왜 벌어질까. 그 이야기를 좀 하고 싶은데요. 사실 어느 정도는 우리 사회가 이게 걸리면 투기라고 하지만 안 걸리면 투자라고 하죠.

◇ 김종대> 그래서 덕 본 사람도 많잖아요.

◆ 이라영> 맞습니다. 바로 지금 딱 말씀하신 것처럼 공직이 아니어서 예를 들면 연예인이라거나 스포츠 스타라거나 이런 분들의 성공 사례, 아내 덕분에 아내가 재테크를 잘해서 빚도 갚았고 아내가 돈을 잘 불려줘서 강남의 어느 빌딩을 사서 차익을 얼마 남기고 이런 기사가 사실 공공연히 나와요.

◇ 김종대> 그래요? 은근히 부럽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어요.

◆ 이라영> 지금 그 마음을 바로 이용하는 거죠. 바로 이제 부럽다는 그 마음을 이용해서 실제로는 나도 재테크 잘하는 아내가 있으면 좋겠다 이런 책도 있고요.

◇ 김종대> 책도 나왔습니까?

◆ 이라영> 그러니까 어느 정도 중산층 여성에게 그런 메시지를 사회가 던져요. 여자들은 이렇게 돈을 잘 불려야 훌륭한 아내라는 메시지를 자꾸 던지죠, 부럽게 만들도록.

◇ 김종대> 이미지를 만들어가네요.

◆ 이라영> 그래서 그거를 잘하면 능력이고 못하면 경제적 내조를 잘 못하는 것처럼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겁니다.

◇ 김종대> 그러니까 여성이 재테크를 전담한다. 여기에는 어떤 사회적 맥락이 구성이 돼버린 거네요.

◆ 이라영> 그렇죠. 사실 들여다보면 우리가 이제 아들 중심의 상속 문화까지 관련이 있죠. 그러니까 아들 중심으로 우리가 대체로 상속을 하다 보니까 여성의 경우는 결혼을 해야지만 주택을 갖기가 유리한 구조가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결혼 제도 바깥의 여성들은 더 불리하죠. 그러니까 결혼 제도 안에서 여성이 아내라는 위치에서 엄마라는 위치에서 가족을 위해서 내가 이게 투기가 아니라 가족을 위한 내집 마련을 하도록 부추기는데 문제는 그러면 여성들이 결혼 후에는 많은 여성들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잖아요. 아이들 육아, 가사 때문에. 그러면 여성들이 결혼 후에 직장을 그만두기 때문에 본인이 개인적으로 돈을 벌기는 어렵고 그럼 어떻게 되겠어요? 돈을 벌 수 있는 그렇지만 아이들 육아도 다 할 수 있는 일이 재테크가 되는 거죠. 그래서 어느 정도 중산층 여성들에게 이게 본인의 경제활동, 단지 부업이 아니라 본인의 주요한 어떤 수입원이 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최근에 21일에 지금 관련 토론회가 있었어요. 투기는 어떻게 여성의 일이 되었나라는 토론회에서.

◇ 김종대> 그런 토론회가 있었어요?

◆ 이라영> 정말 시기적절하게 너무 필요한 토론회인데 최시현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분이 관련 논문을 발표하셨어요. 한국도시 중산층 여성, 주택 실천에서의 젠더 불평등. 그러니까 내집 마련, 주택 실천에서의 젠더 불평등. 그러니까 왜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그러니까 어느 정도 계층 이상의 여성들이 왜 적극적으로 부동산 투기, 투자에 나서는가에는 젠더 불평등이 있다는 거예요. 바로 제가 좀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노동시장에서의 불평등. 그러니까 자신의 노동으로 임금을 받는 게 더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들이 결혼 제도 안에 있으면서 돈도 버는 이걸 할 수 있는 게 부동산인 거죠.

◇ 김종대> 아까 말씀하신 상속의 불평등도 있고요.

◆ 이라영> 그렇죠.

◇ 김종대> 그러다 보니까 어떤 본인의 생산성과 유능함을 입증하기 위해서.

◆ 이라영> 증명하는 도구가 되는 거예요.

◇ 김종대> 그래서.

◆ 이라영> 열심히 하는 거죠. 그리고 걸리지만 않는다면 남편도 적극적으로 권합니다. 재산이 늘어나니까요.

◆ 정은정> 걸리면 모른다고 하면 되고.


◇ 김종대> 그런 또 방편으로도 이 남녀의 역할분담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통계청 조사에서도 이를 뭔가 입증하는 지표가 나왔다고요?

◆ 이라영> 우리가 이제 흔히 짐작하실 수 있듯이 모든 주택의 소유자는 남성이 더 많아요. 아파트, 주택, 빌라 다 합쳐서. 그런데 아파트만 놓고 보면 1채 혹은 2채까지 소유한 사람도 남성이 더 많아요. 그런데 우리가 이제 주목해야 될 것은 3채 이상이에요.

◇ 김종대> 3채 이상.

◆ 정은정> 부럽다.

◆ 이라영> 그러니까 3채 이상은 실거주 목적이 아닌 사람들이 많겠죠. 3채 이상이면.

◇ 김종대> 투기성이 조금 더 높아지는.

◆ 이라영> 그렇죠. 바로 그 3채 이상은 투기성이 다 드러나는데 그 구간부터는 여성의 소유 수가 남성을 추월합니다.

◇ 김종대> 추월해 버린다.

◆ 이라영> 그게 바로 흥미로운 현상인데 실제로 우리가 사회에서 소득 구조가 여성 집단이 남성보다 더 많이 벌지 않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3채 이상을 소유한 사람은 여성이 남성보다 좀 더 많을까. 바로 이게 중산층 여성들이 부동산 투기에 많이 나간다는 걸 알 수가 있죠.

◇ 김종대> 그러네요. 다주택자 아파트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데 옛날 70년대 소설 있어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그 풍경을 보면 복부인들이 막 나와요, 그때 당시부터. 거의 50년 가까이 전의 일이거든요. 이런 오래된 맥락이 있습니다, 이거 옛날부터.

◆ 이라영> 부동산 투기는 사실 한국사회에서는 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돼요. 그러니까 옛날에 영동이라고 했죠. 강남이라는 말이 알려지기 전에. 영등포의 동쪽. 그래서 그 강남 재개발과 부동산 투기 열풍이 맞물려서 이제 시작이 되는데 75년에 중앙일보의 관련 기사를 보면 투기부인이라는 말이 등장을 해요.

◇ 김종대> 투기부인.

◆ 이라영> 지금 복부인 말씀하셨는데.

◇ 김종대> 그때는 부인 시리즈가 많았어요. 자유부인 이런 말도 있고.

◆ 이라영> 다른 의미의 부인이죠. 그래서 투기부인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사실 부동산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여성들을 우리가 복부인이다, 투기부인이다 이렇게 부르는 것도 어느 정도는 좀 투기를 여성화시킨다는 면에서 좀 차별적 시선이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그렇게 부르는 것보다는 그럼 왜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는가, 그 맥락을 보는 게 좋고 우리 대표적으로 전두환 씨 비자금 수사하면서도 과거에 이순자 씨가 70~80년대에 유명한...

◇ 김종대> 유명했어요.

◆ 이라영> 유명하신 분이었잖아요. 그분도 내가 본인 주장에 의하면 내가 결혼 패물 팔아서 투자한 거다. 이렇게 주장을 하고 계시는데 그 주장이 사실 아주 근거가 없지는 않을 거예요. 실제로 당시 여성들이 어떻게 했냐면 옛날에는 계모임이 있죠. 그러니까 계모임을 통해서 여성들이 그룹투자에 나섰어요, 70년대에.

◇ 김종대> 계모임이.

◆ 이라영> 그러니까 계모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계모임보다는 점점 부동산이 안전하니까 그쪽으로 옮겨가신 분들이 많이 늘어났고 갈수록 요즘에는 여성분들이 주식에 참여하는 비율도 늘어나고 있죠.

◇ 김종대> 그렇군요. 그런데 요즘에는 계모임이라는 말은 사라진 것 같아요.

◆ 이라영> 이제는 농촌지역에는 아직 조금 있을 수 있는데.

◆ 정은정> 그냥 돈계죠, 돈계. 예전에 농촌을 보면 그릇계 이런 거 있었습니다. 예쁜 그릇 사기 위해서.

◇ 김종대> 그릇계.

◆ 정은정> 그리고 여행계 이 정도의 그냥 소박한 모임이었는데. 여기에다가 사교육까지 성공시키면 아이를 일류대로 보내면 거의 뭐 완벽한.

◆ 이라영> 완벽한 아내가 되죠.

◇ 김종대> 정보공동체로서.


◆ 이라영> 맞아요.

◇ 김종대> 그러면 여기서 성공하면 재테크도 성공하면서 내조의 여왕으로 뜨는 거 아닙니까?

◆ 이라영> 그러니까 성공하면 아내가 재산을 잘 불려준 내조의 여왕이 되고 걸리면 남편 발목 잡는 사람이 되고.

◇ 김종대> 나쁜 사람이 되는군요.

◆ 이라영> 남편은 나는 몰랐다 이렇게 되는 겁니다. 우리가 이 문제를 투기부인, 복부인 이렇게 부르는 것보다는 이게 어떤 성차별적 구조 위에서 만들어진 문제인지 좀 그렇게 생각을 해 봤으면 좋겠어요.

◇ 김종대> 성찰의 관점을 한번 정리하면 이 안에서 어떤 불평등의 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

◆ 이라영> 경제적 불평등.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 김종대> 이라영 작가의 아주 예리한 시선이었어요. 이거 들으시면서 정은정 작가는 어떤 생각하셨습니까?

◆ 정은정> 제가 오늘 조금 일찍 도착을 했는데, 강남 못지않게 부동산이 뜨거운 게 이 CBS 주변의 목동 아파트잖아요. 그래서 이 목동 아파트를 한번 탐사를 했거든요. 그런데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사람이 사는 곳인데 여기 이렇게 투기, 투자 그리고 더 많이 갖겠다고 하면 아무리 아파트를 수천 채를 지어도 소용은 없겠다. 그런 생각을 했고 저는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내조의 여왕은 어렵겠다는 그런 자괴감이 갑자기 몰려오는데요.

◇ 김종대> 아니, 글쎄. 그러고 저도 조금 방송하면서 힘이 좀 빠지는 느낌이 드는데.

◆ 정은정> 우리는 승마도 못 할 것 같고 부동산도 투자 못 할 것 같고.

◆ 이라영> 먼 나라 이야기죠.

◇ 김종대> 좀 다음에 우리 생활과 관련이 있어야 되는데 이건 다른 중산층의 삶, 그 세계를 말씀하신 거죠?

◆ 이라영> 네.

◇ 김종대> 일반인들은 아니지 않습니까?

◆ 이라영> 일반인들은 그냥 안전한 전세 구하기도 어렵죠.

◆ 정은정> 저도 떨고 있습니다. 올 연말에 전세가 올라갈 거라서.

◇ 김종대> 이라영, 정은정 작가님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오늘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오늘 두 분 수고하셨습니다.

◆ 이라영> 감사합니다.

◆ 정은정>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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