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입담, 나라 밖에서 더욱 빛나는 이유

"재밌는 농담과 함께 정교하게 짜인 연설"…오스카 수상 소감, 최고의 소감으로 꼽아
함께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까지 뭉클하게 만든 윤여정의 진심 어린 말
무례한 질문에도 재치 넘치는 답변으로 노련하게 넘기며 사람들 사로잡아
외신들, 오스카 수상 소감 호평하며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발언도 재조명
해외 누리꾼들도 윤여정 매력 극찬…"우아하고 재치 있고 자격 넘치는 배우"

25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이 할리우드 스타 배우 브래드 피트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매번 재치 넘치면서도 직설적인 입담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배우 윤여정은 오스카의 밤마저 빛냈다.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미나리' 제작사 플랜B 대표이기도 한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의 호명 뒤 무대에 오른 윤여정의 수상 소감은 시작부터 유머러스했다.

"브래드 피트, 드디어 우리 만났네요. 털사에서 우리가 촬영할 땐 어디 있었던 거예요? 만나서 정말 영광이에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호명된 배우 윤여정이 무대 위로 올라 소감을 말하고 있는 가운데, 그의 소감을 듣고 함께 후보에 오른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화면캡처
◇ 때로는 직구로 시원하게, 때로는 진심으로 뭉클하게

미국 잡지 에스콰이어는 2021 오스카 수상자 연설 중 최고 연설로 윤여정을 꼽았다. 에스콰이어는 "아주 재미있는 농담과 함께 정교하게 짜인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몹시 건조했던 시상식에 윤여정은 뜻밖의 선물이었다"고 보도했다.

윤여정은 한국 할머니 순자 역으로 열연해 영미권과 유럽권 배우들 사이에서도 자신만의 독보적인 연기 스타일을 당당하게 선보였다. 그리고 오스카 시상식에서 세계를 향해 다시금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알렸다. 재치 넘치는 그만의 화법으로 말이다.

"아시다시피 저는 한국에서 왔고 제 이름은 윤여정입니다. 유럽인들 대부분은 저를 '여영'이나 또는 '유정'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하지만 오늘만큼은 여러분 모두를 용서하겠어요."

미국 시사 매거진 애틀랜틱은 "이날 수상식에서 윤여정은 자신의 이름을 잘못 부르는 사람이 많은데 오늘 밤엔 모두 용서해 주겠다고 말하며 자신을 수상자로 호명한 브래드 피트까지도 사면해줬다"고 말했다.

윤여정의 솔직함은 듣는 이를 뭉클하게 만들기도 했다. 오스카는 올림픽이 아니며, 배우의 연기는 순위를 매길 수 없음을 매체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그는 오스카에서도 어김없이 그만의 진심을 전했다. 이를 들은 여우조연상 후보이기도 한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그가 너무 좋아(I love her)"라고 말하는 게 중계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저는 경쟁을 싫어합니다. 5명 후보가 모두 각자 다른 영화에서의 수상자입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역을 연기했잖아요. 우리끼리 경쟁할 순 없습니다. 오늘 제가 여기에 있는 것은 단지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이죠. 여러분보다 조금 더 운이 좋았네요. 그리고 아마도 미국인들이 한국 배우를 대접하는 방법일 수도 있죠. 아무튼 감사합니다."

또한 윤여정은 "사랑하는 두 아들에게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나를 일하게 만든 아이들이다. 사랑하는 아들들아, 이게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란다"고 말해 감동을 안겼다.

이날 수상소감을 두고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윤여정은 올해 영화제 시상식 시즌에서 우리가 뽑은 공식 연설 챔피언이다. 이번에도 최고의 연설을 했다"고 평가했고, 미국 ABC뉴스도 "기억에 남는 연설을 선사했다"고 극찬했다.

제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이 수상 소감을 말하는 중 '콧대 높은 영국인'이라고 말하자 사회자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다. 화면캡처
◇ 센스 넘치는 답변·노련한 대응에 사람들도 웃으며 호응

"전 한국에서 연기를 굉장히 오랫동안 해 왔어요. 그런데 이번 영화는 하기가 싫었어요. 독립영화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 말은 곧 내가 고통 받을 거란 뜻이거든요." _2020 선댄스 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윤여정은 돌발적인 질문에도 고상하고 센스 넘치는, 그리고 진심인 듯 아닌 듯한 농담으로 오스카 이전부터 이미 많은 사람의 호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이처럼 윤여정만의 솔직하고 고상한 유머는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백스테이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도 빛났다.

한 미국 기자가 브래드 피트의 냄새가 어땠냐는 질문을 던진 데 대해 윤여정은 정색하지 않고 우아하게 넘어갔다. 보통 셀럽의 첫인상이 어땠는지 묻는 말이라고 하지만 한국 배우 최초이자 동양인 배우로서는 두 번째로 오스카를 품에 안은 대배우에게 하기에는 적합하지도, 또한 자리에 맞지도 않는 무례한 질문이었다고 현지에서도 질타를 받았다.

이에 윤여정은 "난 그의 냄새를 맡지 않았어요. 나는 개가 아니랍니다"라며 재치 가득한 답변으로 노련하게 받아쳤다. 한 외국 누리꾼은 기자의 질문에 "글렌 클로즈였어도 그런 질문을 했을까?"라며 우회적인 비판의 글을 남겼다.

윤여정의 소감이 조명받으면서 또다시 거론되는 소감이 있다. 에스콰이어는 윤여정의 오스카 수상 소감을 전하며 "그의 BAFTA(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연설도 훌륭했다"고 언급했다. 에스콰이어뿐 아니라 많은 외신이 윤여정의 제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을 다시 한번 전하며 그의 입담을 극찬했다.

"이 상을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모든 상은 의미가 있지만, 이 상은 특히 '콧대 높은 걸로 알려진 영국인들'에게 좋은 배우라고 인정받은 것 같아서 매우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당시 외신들은 윤여정이 영국인을 '콧대 높은 사람들(snobbish people)'이라고 표현한 부분을 두고 감탄했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틀림없이 오늘 밤 가장 큰 웃음을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윤여정의 입담에 해외 누리꾼들도 "오스카 수상자 스피치 중 최고" "수상소감이 정말 위트 있고 겸손하다" "정말 우아하고 재치 있고 자격이 넘치는 여배우" "너무 사랑스러워! 유머도 최고야" 등 호응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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