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갑질 '잡음'에도 마이웨이…공정위는 '침묵'

공정위, 지난해 마켓컬리 갑질 의혹 현장조사 후 4개월 넘게 혐의 못 밝혀내…공정위 "접수 사건, 조사 사건 동시 진행 어려워"
업계 관계자 "공정위, 대기업에만 공정거래위…중소기업에는 불공정거래위"
소비자들 "이미지 좋았던 마켓컬리, 갑질 사실이라면 어플 지울 것"

마켓컬리 김포 신선물류센터. 연합뉴스
"컬리는 원래 그래요."

마켓컬리 MD로부터 추가 할인 요구를 받은 납품업체 A사 관계자가 다른 납품업체 관계자에게 들었던 말이다.

감액 금지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해 놓고도 입고가 완료된 상품에 추가 할인을 요구하는 사례는 A업체뿐만이 아니었다.

전날도 "1일 특가 35% 할인 공급 가능한 지 30분 안에 회신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는 A사 관계자는 "납품업체들 사이에서 컬리는 갑질 심하고 도도한 회사로 소문이 자자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같은 갑질 의혹에도 공정거래위원회는 마켓컬리에 대한 현장조사까지 마치고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마켓컬리가 납품업체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잇따르는 가운데 공정위가 4개월이 넘도록 마켓컬리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서 '봐주기' 아니냐는 논란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마켓컬리는 자사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타 경쟁사에 납품하지 말라며 납품업체의 사업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고발당했다.

공정거래법상 '사업활동 부당 방해' 금지 위반에 해당하지만, 공정위는 현장 조사를 나간 뒤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마켓컬리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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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관계자는 "마켓컬리를 조사하고 있지만 결과가 당장 나올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혐의 입증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관계자는 "다른 사건 신고를 계속 받으면서 마켓컬리 사건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라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해명했다.


공정위의 소극적 대처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에게만 '공정거래위원회'고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는 '불공정거래위윈회'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019년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마켓컬리 물류현장을 찾아 "마켓컬리는 납품업체를 이익 창출 수단이 아닌 함께 성장해나가는 ‘파트너’로 보고 상생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며 "상생을 내세운 마켓컬리의 사업 구조는 최고의 사례"라고 치켜세운 바 있다.

◇소비자들 "납품업체 희생해 100원에 산 물품 찝찝"…"중기부 적극적 역할 필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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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박서준 등 톱 모델을 기용해 '첫 구매 100원' 홍보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펴고 있는 마켓컬리는 설립 6년만에 1조 원에 가까인 매출을 기록했다.

다음달에는 충청권을 시작으로 올해 남부권까지 CJ 대한통운과 손잡고 전국으로 새벽배송 권역을 확대해 나가는 한편, 올해 안에 기업공개도 추진중이다.

하지만 공격적인 투자로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난해 마켓컬리 영업손실은 1천 162억원으로 전년 대비 150억원 이상 커졌다.

경쟁사인 SSG닷컴, 헬로네이처도 새벽배송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때문에 마켓컬리가 흑자를 기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금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간다면 마켓컬리가 납품업체에 요구한 '추가 할인' 등 갑질이 계속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소비자들은 마켓컬리 갑질 의혹을 접한 뒤 "비싼 제품들을 100원에 판다고 광고해서 어떻게 유통하는지 궁금했는데 업체를 협박한 거였다니 실망"이라고 말했다.

마켓컬리 새벽배송을 자주 사용하는 회사원 김모(41)씨도 "기업 이미지도 좋고 편리해 자주 이용했는데 누군가를 희생해 싼 가격에 물건을 샀다는 게 찝찝하다"며 "어플을 지울 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갑질 문제뿐 아니라 중소기업 간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호철 간사는 "영세기업으로 갈수록 기업 간 갑질이 더욱 심해지는 게 현실"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뿐만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부도 자금 지원과 함께 시장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한 행정 제재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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