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방식 놓고 서울 강남도 엇박자…공공vs민간개발 양분

선호 엇갈리는 공공-민간 주도 개발…"자연스러운 현상, 상호 절충 고민해야"

황진환·박종민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취임 이후 서울 내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간 공공 개발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강남 대단지 등이 대표적이다. 개발 수익성이 높은 입지에 대규모 분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근의 다른 동네에서는 공공 개발을 촉구하는 시위에 나서기도 해 공공과 민간 주도 방식에 대한 선호가 동네별로 뚜렷하게 나뉘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일찌감치 공공 주도 개발에 관심을 보인 강남구 일원동 대청마을에서는 일부 소유주들이 28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 후보지 선정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노후 다세대‧다가구 저층주거지인 해당 지구에 대해 국토부와 서울시가 용도지역 종 상향과 더불어 2‧4대책에 따른 공공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은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 등을 대상으로 공공이 (예정)지구지정 후 1년 이내 토지주 2/3(면적 기준 1/2) 이상 동의를 받아 부지를 확보해 고밀 개발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대청마을 주민대표단 관계자는 공공 주도 개발 방식을 선호하는 기류에 대해 "당초 개포택지개발지구에 포함된 이 지역의 지구단위계획을 바꿔 민간 개발을 추진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될 것이라는 판단"이라며 "공공주택특별법으로 진행되는 2‧4대책에 따라 공공시행자가 개발을 추진하면 사업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신축 빌라가 들어서면 노후도 기준에서 벗어나 재건축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공공개발이 추진되면 이런 걱정을 덜 수 있는데다, 소유주가 급증하는 문제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 관계자는 "소유주 2천여 명 중 공공 컨설팅 당시에만 250여 명이 관심을 보였다"며 "앞으로 이러한 방향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더 늘 것으로 보이는데,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도 도움을 주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압구정을 비롯해 수익성이 좋은 강남 등 주요 대단지 정비사업지에서는 민간 주도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잔뜩 높아진 상황이다. 공공 주도 개발에는 일찍이 선을 그어 놓은 상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압구정3구역 재건축조합 안중근 조합장은 "공공 주도 개발은 이곳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시장선거 이후 (민간) 개발 속도에 대한 긍정적인 기류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송파구 잠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 지구단위계획안이 공개되는 등 민간 정비사업 추진에 '파란불'이 켜지면서 그간 함께 계획안이 보류된 처지였던 압구정 역시 조만간 개발 청사진을 그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안 조합장은 "진작 나왔어야 할 지구단위계획이 주민 의견서를 받은 지 6년이 다 되도록 고시가 안 나오는 상태를 해결하는 건 '규제 완화'이기 보단, 당연한 수순"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공공-민간 개발에 대한 선호 '이원화'에 대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조주현 명예교수는 "소유주 이해관계가 복잡하거나 수익성이 낮아 개발 추진이 더딘 곳 등 공공의 역할이 꼭 필요한 지역에 공공 주도 개발이란 선택지를 제시했고, 각자의 사정에 따라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강남과 목동 등 수익성이 좋은 대단지에서는 공공 주도 개발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오 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투기에 대한 경계 자세를 보였듯, 이번 선거로 민심을 확인한 정부 역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에 호응해 민간 개발과 상호 보완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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