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의 포수 호세 트레비노는 양현종(33)의 데뷔전 투구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텍사스의 안방마님 트레비노는 2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홈경기에서 양현종이 던진 공을 받아본 뒤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에게 다가가 "모든 것을 잘 해냈다"라고 칭찬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전격 '콜업'된 양현종은 텍사스가 4대7로 밀린 3회초 2사 2,3루 상황에서 미국 진출 후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랐다.
선발 조던 라일스가 2⅔이닝 10피안타 3볼넷 7실점으로 조기 강판된 상황에서 계속된 득점권 위기를 막아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데뷔 첫날부터 양현종에게 주어졌다.
양현종은 강타자 앤서니 렌돈을 2루 플라이로 처리하고 불을 껐다. 이어 4회초와 5회초를 연거푸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양현종은 오타니 쇼헤이, 마이크 트라웃 등 에인절스 중심타선을 상대한 6회초 안타 3개를 허용해 1실점 했고 7회초에는 호세 이글레시아스에게 솔로포를 허용했다.
양현종은 데뷔전을 4⅓이닝 동안 볼넷없이 5피안타(1홈런) 1탈삼진 2실점의 성적으로 무난하게 마쳤다.
양현종은 팀 분위기가 꺾인 상황에서 등판해 불펜 부담을 덜어줘야 하는 롱릴리프 역할을 맡았다. KIA 타이거즈 소속으로 KBO 리그를 호령했던 에이스에게는 분명 낯선 역할이었다.
하지만 투수로서 최대한 오래 버텨야 한다는 책임감은 KBO 리그 시절 이닝이터로 명성을 날렸던 양현종을 상징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낯선 역할이었지만 에이스의 자존심은 변함없이 그대로였다. 어떻게든 실점없이 버텨 팀에게 승리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양현종은 경기 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추가 실점을 안 했더라면 팀이 쫓아오고 역전 기회가 생겼을 것"이라며 "선수들은 잘했다고 축하해줬지만 팀 패배에 영향을 끼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텍사스는 1회말 4득점 이후 더 이상 점수를 뽑지 못하고 4대9로 졌다. 패전은 선발 라일스의 몫이었다. 팀 패배의 책임은 양현종과 무관했다. 그래도 오랫동안 에이스로 활약했던 양현종에게는 아쉬움이 남았나 보다.
우드워드 감독은 양현종이 기대 이상으로 잘했다며 "홈런을 맞은 장면에서 실수가 있었다. 공을 낮게 던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강한 타구를 거의 허용하지 않았다. 정말 효율적인 투구를 했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