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후회할 짓 하지 말랬지" 협박 44일 뒤 잔혹 살인

검찰, 김태현에 살인 등 5개 혐의 적용해 구속기소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한 뒤 범행 저질러"
"큰딸이 전화번호 바꾸자 반감 극심해졌다"
"심신장애 의심 정황 없어…사이코패스 아냐"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만24세)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서울북부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24)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검 강력범죄전담부(임종필 부장검사)는 27일 김씨에 살인, 절도, 특수주거침입, 정보통신망법 위반, 경범죄처벌법 위반 등 5개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한 뒤 위협…"택배 관련 문자로 주소 파악"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5시 35분쯤 서울 노원구에 있는 피해자들의 집을 찾아갔다.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한 그는 집에 있던 작은딸이 배달 박스를 확인하기 위해 문을 열자 작은딸을 칼로 위협해 집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작은딸을 먼저 살해한 뒤, 같은 날 오후 10시 06분쯤 귀가한 어머니를 살해했다. 이어 오후 11시 30분쯤 큰딸 A씨가 귀가하자 A씨 역시 살해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A씨가 "택배를 받아야 해 게임을 같이 못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와 함께 보낸 택배 관련 문자메시지 캡처 사진을 통해 A씨의 주소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김씨는 범행 직후, A씨의 집에 있는 컴퓨터에 접속해 A씨의 SNS 등을 살펴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씨가 자신과 관련된 내용을 탐색한 뒤 A씨의 대화내역 및 친구목록을 삭제한 정황을 파악했다.

앞서 김씨가 A씨의 휴대전화 패턴을 풀고 카카오톡에 들어가 함께 알고 있는 지인들과 A씨가 나눈 대화를 확인하고 수신차단을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A씨를 살해하기 직전 A씨를 위협해 패턴을 알아냈다.

일가족 살해에 '우발적' 동기는 낮을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A씨를 살해할 범행 장소를 이미 집으로 특정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필요하다면 가족들도 살해할 마음을 먹고 있었다.

◇피해자와 게임으로 알게 된 사이, 전화번호 바꾸자 반감 '극심'

김씨는 지난해 11월쯤 온라인게임을 하며 A씨와 알게 됐다. 이후 A씨와 함께 게임을 하며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노원 세 모녀 살인 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사건 당일인 지난달 23일 서울 노원구의 한 PC방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A씨와 김씨는 지난 1월 2일과 16일 오프라인에서 만나 게임을 하기도 했다. 김씨는 A씨가 게임 관련 비용을 일부 부담하는 등 친절을 베풀자, A씨에 대해 호감을 느끼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마지막 만남으로부터 일주일 뒤인 1월 23일 다툼이 발생했다. A씨와 김씨, 공통으로 알고 지내던 지인 2명이 함께한 술자리였다. 김씨는 당시 일행들과 무관한 이유로 신경질적인 언행을 보이는 등 돌발행동을 보였다. 이후 A씨를 포함한 일행들은 김씨를 차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다음 날인 24일 A씨의 집 앞에 찾아갔다. 무작정 기다리다 A씨를 만나게 된 김씨는 A씨가 연락하지 말 것을 계속해서 요구했음에도 연락을 시도했다. 이를 위해 공중전화나 다른 사람의 핸드폰을 사용하기도 했다.

지난 2월 7일에는 평소 A씨가 잘 사용하지 않아 차단하지 않은 채팅 어플을 통해 욕설과 함께 위협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김씨가 보낸 메시지에는 "후회할 짓은 하지 말랬는데 안타깝다. 잘살아 봐"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위협을 느낀 A씨는 다음 날인 8일 전화번호를 바꿨다. 김씨는 A씨의 연락처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자 A씨에 대한 반감이 극대화됐다. 이후 A씨를 살해하겠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범행 나흘 전인 지난달 19일에는 A씨에게 다른 사람인 척 접근해 A씨의 동선과 근무 일정 등을 파악했다. 범행 도구, 갈아입을 옷,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하기 위한 박스 등도 준비했다.

스스로의 신변도 정리했다. 자신이 일하던 식당에는 범행일 이후로 휴가를 요청했으며 자신의 휴대전화 대화내역, 연락처를 삭제했다.

피해자들은 모두 목 부위에 치명적인 자상을 입었다. 김씨는 범행 전 인터넷을 통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부위 관련 내용을 검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만24세)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서울북부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박종민 기자
◇검찰, "심신장애 의심 정황 없다…자존감 낮고 거절 취약해"

검찰은 김씨에게 심신장애를 의심할 만한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통합심리분석 결과, 피고인의 범행 방법, 범행 전후 피고인의 행동 및 피고인의 진술 태도에 비추어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통합심리분석 및 자문 결과에 의하면 김씨는 낮은 자존감과 거절에 대한 높은 취약성, 과도한 집착, 피해 의식적 사고, 보복심리 등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A씨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극단적 방법으로 자신의 분노를 해소하려는 반사회적 성향을 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상대방이 자신을 거절할 경우 일순간에 강렬한 분노감이 쉽게 발현되는 양극단적인 대인관계 패턴(집착-통제-폭발행동의 반복)을 보이는 것으로도 분석됐다.

검찰은 통합심리분석 결과, 경찰의 PCL-R 평가 결과와 같이 김씨는 반사회적 성향이 강하나 '사이코패스'에 해당하지는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초동 단계에서부터 노원경찰서와 강력범죄전담부 사이에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하여 수사를 진행했다"며 "송치 즉시 유족에 대한 피해자지원 절차를 개시하여 장례비 및 유족구조금을 신속히 지급하는 등 피해자지원에도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