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에 열광하는 韓,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에도 냉랭한 中

中 출신 클로이 자오 감독 작품상·감독상 수상
중국 비판 사실 알려지면서 매체들 수상에 눈감아
소셜미디어에서는 관련 글 바로 사제당해
홍콩 시위 다룬 작품 수상 실패엔 "예술적 수준 낮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지난 26일 오전 서울역 맞이방에서 시민들이 영화 ‘미나리’ 출연배우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 모습을 시청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한국은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 조연상을 받은 윤여정 씨에 대해 열광하고 있지만 중국은 자국 출신이 감독상과 작품상을 받았음에도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출신인 클로이 자오 감독은 25일(현지시간) 개최된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노마드 랜드'로 감독상과 작품상을 휩쓸었다. 모든 상이 다 값지긴 하지만 자오 감독의 수상은 윤여정 씨의 조연상 수상보다 더 영광스러운 일이다.

사소한 일에도 애국심을 강조하는 중국이 자오 감독의 수상 소식을 대서특필하면서 중국인들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선전에 이용할 만 하지만 이번에는 매우 조용하다.


이유는 자오 감독이 중국 체제를 비판했기 때문이다.

베이징에서 태어난 자오 감독은 영국 런던의 사립학교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고등학교를 다녔고, 뉴욕대학교에서 영화 연출을 공부한 뒤 주로 미국에서 영화 작품 활동을 한 중국인이다.

자오 감독이 골든글로브 감독상을 받았을 때만 해도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관련 해시태그 조횟수가 3억5천만 건에 이를 정도로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자오 감독이 2013년 인터뷰에서 중국을 "거짓말이 도처에 널려있는 곳"이고 "지금 내 나라는 미국"이라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위가 확 바뀌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개최된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노마드 랜드'로 감독상과 작품상을 수상한 중국 출신 클로이 자오 감독. 글로벌타임즈 캡처
중국 매체들은 자오 감독의 수상 소식에 눈을 감았고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서 자오 감독 관련 수상 소식을 알리는 글은 신속하게 차단되고 있다. 중국 최대의 포털 사이트에서 자오 감독의 수상 소식을 찾기는 쉽지 않다.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50년만에 중계되지 않았는데 자오 감독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애국주의적 성향인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즈만이 외국인이나 외신들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자오 감독의 수상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신문도 노마드 랜드가 감독의 개인적인 스타일을 중시하고 미국 사회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중국 영화 관객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 수도 있다고 삐딱하게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즈는 홍콩 민주화 시위를 기록한 '두 낫 스필트'(Do not Split)가 다큐멘터리 부분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을 못한데 대해 네티즌들이 찬사를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한 영화평론가는 작품의 예술적 수준이 낮고 일방적인 정치적 표현을 담고 있어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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