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출신인 클로이 자오 감독은 25일(현지시간) 개최된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노마드 랜드'로 감독상과 작품상을 휩쓸었다. 모든 상이 다 값지긴 하지만 자오 감독의 수상은 윤여정 씨의 조연상 수상보다 더 영광스러운 일이다.
사소한 일에도 애국심을 강조하는 중국이 자오 감독의 수상 소식을 대서특필하면서 중국인들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선전에 이용할 만 하지만 이번에는 매우 조용하다.
이유는 자오 감독이 중국 체제를 비판했기 때문이다.
베이징에서 태어난 자오 감독은 영국 런던의 사립학교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고등학교를 다녔고, 뉴욕대학교에서 영화 연출을 공부한 뒤 주로 미국에서 영화 작품 활동을 한 중국인이다.
자오 감독이 골든글로브 감독상을 받았을 때만 해도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관련 해시태그 조횟수가 3억5천만 건에 이를 정도로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자오 감독이 2013년 인터뷰에서 중국을 "거짓말이 도처에 널려있는 곳"이고 "지금 내 나라는 미국"이라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위가 확 바뀌었다.
애국주의적 성향인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즈만이 외국인이나 외신들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자오 감독의 수상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신문도 노마드 랜드가 감독의 개인적인 스타일을 중시하고 미국 사회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중국 영화 관객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 수도 있다고 삐딱하게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즈는 홍콩 민주화 시위를 기록한 '두 낫 스필트'(Do not Split)가 다큐멘터리 부분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을 못한데 대해 네티즌들이 찬사를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한 영화평론가는 작품의 예술적 수준이 낮고 일방적인 정치적 표현을 담고 있어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