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압승을 토대로 시의회 내 힘겨루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진홍 부산시의회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제296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공세를 퍼부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를 조목조목 상기한 김 원내대표는 작정한 듯 민주당을 겨냥해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번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패배는 필연적이었다"며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이라는 있을 수 없는 사건으로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했고, 국민과의 약속인 당헌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으며 국민을 기만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문재인 정권의 위선과 무능, 독선과 오만은 극에 달했고, 부동산 가격 폭등과 LH사태까지 더해지면서 국민들의 울분과 분노가 폭발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은 촛불 정국 이후 대선, 지선, 총선에서 연달아 승리하며 장악한 권력으로 공정과 정의를 파괴하고,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민생을 파탄냈다"며 "적폐를 청산한다더니 본인들이 새로운 적폐세력이 됐다"고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심지어 이번 보궐선거 기간에도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할 생각은 하지 않고 크게 벌어진 지지율 격차를 따라잡겠다는 일념 하에 온갖 흑색선전과 인신공격으로 일관하다가 결국엔 시민들로부터 냉혹한 심판을 받았다"고 퍼부었다.
그는 시의회 민주당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도 보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지금부터라도 여당으로서의 품격을 갖추길 바란다"며 "소속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신임 시장에 대한 각종 흑색선전과 인신공격을 이어가거나 시정 운영에 발목잡기를 한다면 부산시민들께서 더욱 매서운 회초리를 들 것임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박형준 신임 부산시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참석한 임시회에서 터져나온 김 원내대표의 가시돋친 연설에 시의회 본회의장은 일순간 술렁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기침을 하는 등의 행동으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고, 일부는 자리를 뜨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회가 끝난 뒤 민주당 원내대표단 내에서는 국민의힘 측에 김 원내대표의 사과와 함께 사퇴를 촉구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한 시의원은 "민주당에서는 민생 안정을 위해 신임 시장과의 협치를 강조했는데, 야당 원내대표의 이번 연설은 도가 지나쳤다"며 "원내대표로서 품격을 잃어버린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에 시의회 내 국민의힘 측은 당 차원의 입장이 아니라 원내대표 개인의 연설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김 원내대표의 이번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시의회 내 여·야 힘겨루기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반응도 나온다.
부산만 놓고 보면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 보궐선거까지 승리를 한 국민의힘이 시의회 내에서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박형준 신임 시장에 대한 수비수 역할의 일환이라는 의견도 있다.
여기에는 박 시장에 대한 시의회의 견제와 공세 움직임을 시의회 내 여·야 공방으로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의석수로만 보면 여·야의 무게감이 확연히 차이 나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나온 이번 보궐선거 결과가 시의회 내 정치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