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27일 이른바 '조국 백서' 제작을 주도한 경희대 김민웅 교수, 광주대 은우근 교수, 더브리핑 고일석 대표 등 3명이 국가인권위원회 앞에 모였다.
이들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광범위한 인권침해가 벌어졌다며 "윤석열 검찰총장과 당시 수사에 참여한 검사들, 검찰 출입 기자들, 주광덕·김무성·홍준표 의원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진정에는 이날 함께하지 못한 김인국 전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신부, 법무법인 맥 조재건 대표변호사 등을 포함해 모두 5명이 동참했다. 피해자로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배우자 동양대학교 정경심 교수, 딸과 아들 등 가족을 적었다.
이들은 진정을 접수하며 "이 진정은 앞서 1월 접수된 진정의 연장선상"이라고 밝혔다. 3개월 전인 지난해 1월 은우근 교수가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는 은 교수의 국민청원을 청와대가 인권위에 이첩하려 했다가 폐기 요청하면서 '독립성 침해' 논란이 빚어진 직후다.
인권위의 인권 침해 진정 사건 중 피해자가 아닌 제삼자가 진정한 사건의 경우 중요한 건 피해자의 의사다. '피해자가 조사를 원하지 않는 것이 명백한 경우' 진정은 각하될 수 있다. 다만, 정 교수는 인권위에 변호인을 통해 동의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진정이 접수된 지 이날로 1년을 맞지만 여전히 해당 사안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인권위 진정 사건은 접수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단 부득이한 사정으로 기한을 연장할 경우 문서로 진정인에게 사유를 설명해야 한다.
인권위는 자세한 진행 상황을 알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진행 중인 진정 사건에 관해서는 내용을 밝힐 수 없다. 소위원회는 아직 상정 전"이라며 "당사자에게는 조사 기한 연장을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관련 진정은 침해조사국 조사총괄과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후 조사를 마치면, 침해구제 제2위원회에 상정돼 심의·의결될 예정이다. 사건이 중요하거나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경우라고 판단되면 소위원회에서 의결하는 대신 전원위원회에 회부될 가능성도 있다.
통상 검찰·경찰·군 관련 사건은 '침해구제 제1위원회'에서 맡게 된다. 하지만 1소위원장인 박찬운 상임위원이 SNS에 조 전 장관 관련 검찰 수사를 여러 차례 비판해 온 점 등을 고려해 스스로 회피 의사를 밝혔다.
조 전 장관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던 쪽에서도 이번 진정 진행 상황을 지켜 보고 있다. '조국 흑서'의 필진으로 참여하기도 한 김경율 회계사는 "인권위가 어떤 식으로든 빨리 결론을 내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 전 장관 자체만 놓고 보면 모르겠지만, 조 전 장관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면 피의사실공표 등의 문제에서 많이 보호를 받았다"며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알려진 것과 달리 변호사의 권리도 잘 보장된 것으로 아는데, 이전과 이후를 본다면 인권침해라 판단은 어려울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