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부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서 선명성을 부각하기 위해 당정청과 엇박자도 불사할 경우 당의 주류 세력인 친문과의 관계 개선이 더 어려워지면서 유력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도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노무현과 치고받던 정동영…이재명은?
이 지사와 3철로 꼽히는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기도 지사 직을 놓고 다툰 것을 시작으로 친문 핵심 인사들과의 악연은 시작됐다. 이후 이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2016 대선 경선에서 격돌하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중앙대책본부의 역할인 백신 수급을 경기도 차원에서 챙기겠다는 이 지사의 행보가 논란을 일으킨 것 역시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한 민주당 재선의원은 "현 정부와 거리를 두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원하는 심리가 있는 시국에선 나쁘지 않은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재보궐 선거 참패로 민심이 돌아서면서 정권 교체 가능성이 표면화된 가운데 자칫 '2007년 정동영 후보의 실패가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과 '현직 대통령과의 정책적 차별화는 당연하다'는 시선이 교차한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졸렬한 필패 전략"이라고 비판했고, 정 전 후보는 "독선과 오만"이라며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하는 등 현직 대통령과 여권 대선 후보가 완전히 갈라섰다.
결국 정 전 후보는 친노 세력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세 결집에 실패했고 이회창 전 총리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며 보수 야권이 분열했음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참패했다.
하지만 이 지사의 최근 독자 행보를 2007년 대선 정국과 연결시키는 건 무리라는 게 여권의 지배적 해석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아직까지 민주당보다 높다는 점에서 이 지사가 정 전 후보처럼 대통령과 맞붙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
또 정 전 후보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전 장관과 맞붙은 탓에 친노 세력과의 대립이 더더욱 부각됐던 것과 달리 현재로서는 이 지사와 자웅을 겨룰 친문 적자는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이재명 지사측에서도 '정동영의 길'을 제일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다. 한 인사는 "정동영의 경우 여권의 대선 후보가 됐음에도 친노 세력들이 전부 다 돌아서고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과제가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지사가 문재인 정부에 날을 세우진 않더라도 정책적 차별화는 경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5월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강성 친문들의 정책 입장과는 거리를 두는 것이 이 지사에게는 전략적으로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용인대 최창렬 교양학부 교수는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원하는 상황에서 친문에 주파수를 너무 맞추면 그렇지 않아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판 이후 주춤한 이 지사의 지지율이 더 떨어진다"며 "지지율을 유지하면 친문이든 비문이든 이 지사한테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유권자들은 현직 대통령과 다른 유형의 대통령을 선호해 왔다는 점에서 이 지사는 문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전혀 다른 유형의 대통령이었다"라며 "고구마 대통령(문재인)의 후임으로는 사이다 대통령(이재명)이 오는 게 자연스럽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