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광주 광산구 지죽동의 용동마을 인근 야산.
비포장도로 입구를 지나 100여m 정도 걸어가자 곳곳에 소나무들이 베어져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족히 수십 년은 되어 보이는 나무들이 베어진 상태로 땅바닥에 수북이 쌓여있었다.
용동마을에 사는 A(58)씨는 "용동마을 뒷산은 대나무숲이 우거지고 소나무도 많아 옛날부터 마을 사람들이 좋아한 장소다"며 "최근에는 한 건설사가 오피스텔 건립에 용이하기 위해 임시도로를 만든다는 이유로 오래된 나무들을 무단으로 베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광주 광산구청 등에 따르면 서진건설은 광주시 광산구 지죽동 산 56번지 일대에 광산 엘리체 레이크시티라는 오피스텔 건립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서진건설 측이 광산 김씨 문중 소유의 사유지에 도로를 개설하면서 불법 벌목과 임야를 훼손한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
앞서 서진건설은 공사 장비 이동로를 내기 위해 구거(하천보다 규모가 작은 도랑)에 비포장도로를 개설했다. 이 과정에서 광산 김씨 문중 소유의 사유지를 991.7㎡(300여 평) 침범한 것이다.
또 그곳에 있던 수령 20년 이상 된 소나무 10여 주를 관할 구청 등에 입목벌채신고를 신고하지 않고 무단으로 베었다.
자치구 등은 불법 벌목 등 위법 행위 적발시 관련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하고 있다. 허가 없이 불법 입목벌채를 할 경우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산림자원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서진건설은 용동마을의 좁은 도로를 공사 진입로로 사용했지만, 마을 주민들의 반대 민원에 의해 올해 설 연휴 전후로 야산에 도로를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도로를 발견한 광산 김씨 문중은 최근 정확한 훼손 면적을 파악하기 위해 측량을 했다. 이후 서진건설이 땅을 침범하고 나무 등을 훼손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지난 2월 광산구청 공원녹지과에 민원을 넣었다.
광산구청은 26일 서진건설 관계자를 불러 조사한 뒤 산림자원법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 조치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서진건설 관계자는 "도시 계획상 기부채납 형식으로 도로를 개설하기로 허가를 받은 상황이었다"며 "장비업자가 공사하던 중 실수를 해 문중 땅을 침범하고 소나무를 벌목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한편 서진건설의 광산 엘리체 레이크시티는 지하 2층에서 지상 25층 7개 동 규모로 오는 2022년 9월 입주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