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첫 쓴맛' 韓 당구 아마 최고수의 절치부심

한국 당구 3쿠션 아마추어 최고수로 군림하다 프로당구(PBA) 첫 시즌 아쉬움을 남긴 NH농협카드 주장 조재호. NH농협카드
한국 당구 3쿠션 아마 최고수들이 프로 데뷔 시즌 쓴잔의 아쉬움을 털고 명예 회복을 다짐하고 있다. 프로당구(PBA) 신생팀 NH농협카드의 남녀 에이스 조재호(41)와 김민아(31)다.

대한당구연맹 남녀 랭킹 1위를 찍었던 둘은 지난 시즌 나란히 PBA에 입성했다. 아마추어 최고수로 꼽히는 둘이라 기대는 컸다.

조재호는 2014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한국 선수로는 4번째로 월드컵 우승을 거두고, 2018년 아시아선수권에서도 정상에 오르는 등 국제 무대에서도 고수로 통했다. 세계캐롬연맹(UMB) 세계 랭킹도 3위까지 오른 조재호는 화끈한 공격으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김민아도 2019년 서울시장기, 인제오미자배, 대한당구연맹회장배, 무안황토양파배 등을 석권했다. 연맹 여자 랭킹 1위이자 세계 6위까지 오른 김민아는 '캄보디아의 김연아' 스롱 피아비와 여자부 최강을 다퉜다.

하지만 이들의 PBA 데뷔 시즌은 씁쓸했다. 조재호는 지난 1월 1일 0시에 열린 'PBA-LPBA TOUR 3차전 NH농협카드 챔피언십' 128강 예선 서바이벌을 고전 끝에 통과했지만 32강에서 탈락했다. 이후에도 고전을 거듭한 끝에 2020-2021시즌을 랭킹 75위로 마무리했다. 물론 1, 2차전을 뛰지 않은 불리함이 있었어도 조재호라는 명성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았다.

김민아도 마찬가지. 역시 데뷔전인 지난해 추석 'TS샴푸 PBA 챔피언십'에서 32강에 머물렀다. 그나마 김민아는 NH농협카드 챔피언십 등 두 차례 8강에 오르며 차츰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래도 아쉬운 데뷔 시즌이었다.

이들은 다가올 2021-2022시즌을 벼르고 있다. 경기 방식이 다른 PBA에 대한 적응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정상에 도전한다는 다짐이다.

NH농협카드 여자 에이스 김민아. PBA
조재호는 다음 시즌을 앞두고 22일 강원도 강릉에서 진행된 'NH농협카드 그린포스 당구단 전지 훈련'에서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첫 시즌의 시행착오에서 벗어나 조재호다운 시원한 경기력을 보이겠다는 것.

지난 시즌에 대해 조재호는 "PBA 데뷔를 앞두고 변화를 줬던 게 오히려 독이 됐다"고 돌아봤다. 큐 무게를 평소보다 15g 정도 줄였는데 역효과가 났다. 조재호는 "이상하게 들어갈 공이 조금씩 빗나가더라"면서 "나는 모르고 있었는데 '주위 선수들이 큐가 바뀌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해서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PBA 공인구는 연맹 사용구보다 3g 정도 무거워 차이가 났다는 것이다. 조재호는 "큐 무게는 줄고 공은 무거워졌으니 당연한 결과였다"고 자책했다. 훈련 당시는 느끼지 못했지만 긴장감이 큰 실전에 들어가자 몸이 예민하게 차이를 반응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조재호는 다음 시즌을 앞두고 큐 무게를 늘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조재호는 "기존 530~540g에서 550g까지 큐 무게를 늘렸다"면서 "무거운 공인구에 대비해 웨이트 트레이닝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아는 기술적 요인보다 경기 운영 면에서 적응에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김민아는 "UMB나 연맹의 단 세트 롱 게임을 하다가 11점 세트제를 하는 PBA 방식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돌아봤다.

여기에 뱅크샷에 2점을 주는 규정도 고민거리였다. 김민아는 "세트제에서 수비를 해야 할지, 공격적인 샷을 구사해야 할지 헷갈렸다"면서 "또 1점짜리 샷이 있는데 2점짜리 뱅크샷을 쳐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갈등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이제는 완전히 적응을 마쳤다는 분석이다. 김민아는 "이미래(TS·JDX), 김가영(신한금융투자) 등도 PBA 출범 시즌 초반에는 성적이 나지 않았고, 나도 처음부터 잘할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이제 적응이라는 핑계를 댈 수는 없고 다가올 시즌에는 더 나은 성적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은 다음 시즌부터는 개인 투어뿐 아니라 팀 리그도 출전한다. 이미래, 서현민(웰컴저축은행) 등 팀 리그 출전 선수들은 "경기 감각을 유지할 수 있어 개인 투어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조재호, 김민아도 팀 리그 출전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과연 한국 아마추어 당구 최고수들의 절치부심이 PBA에서 통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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