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이 달랐다.
미국의 농구 명문대학 오하이오 주립대 출신으로 미국프로농구(NBA) 무대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펼쳤던 제러드 설린저(안양 KGC인삼공사)가 KBL 플레이오프 데뷔전을 자신의 독무대로 장식했다.
설린저는 22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40득점 13리바운드로 활약해 안양 KGC인삼공사의 75대67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는 나란히 NBA 출신 경력을 자랑하는 현대모비스의 숀 롱과 설린저의 매치업이 큰 주목을 받았다. 숀 롱은 정규리그 득점 1위(21.3점)에 오르며 외국선수 부문 MVP를 차지한 선수다.
하지만 '설교수'로 불리는 설린저는 숀 롱을 상대로도 농구 강의를 했다.
여유있는 플레이와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득점력 특히 4쿼터에 선보인 3점슛 퍼레이드로 포지션 라이벌 숀 롱을 압도했다.
특히 4쿼터 활약이 눈부셨다.
설린즈는 4쿼터에서 3점슛 시도 6개 중 4개를 성공하며 21득점을 퍼부었다. 시간에 쫓겨 급하게 던진 3점슛을 제외하면 적중률이 거의 100%에 가까웠다.
완벽한 오픈 기회는 없었다. 자신감과 판단력이 설린저를 특급 슈터로 만들었다. 설린저는 공의 흐름을 보고 외곽슛을 던져도 괜찮다고 판단하면 주저없이 슛을 던졌다. 앞에 수비가 있어도 신경쓰지 않았다. 자신의 밸런스만을 생각했다.
4쿼터 초반에 연속 3점슛을 퍼붓자 숀 롱이 외곽에서 수비 간격을 좁혔다. 그러자 설린저는 여유있게 골밑으로 접근해 플로터를 비롯한 다양한 기술로 득점을 생산했다.
설린저는 득점을 터뜨릴 때마다 세리머니를 펼치며 환하게 웃었고 그때마다 KGC인삼공사의 사기를 급등했다.
숀 롱도 잘했다. 33분 남짓 출전해 28득점 13리바운드로 분전했다. 다만 야투 성공률이 42%로 조금 떨어졌다. 설린저의 노련한 수비에 막혀 골밑슛을 놓친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1차전은 그야말로 설린저의 판정승이었다.
대체선수로 입단하자마자 팀 전력을 바꿔놓은 설린저의 존재감은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치고 4강에 직행한 현대모비스를 마치 도전자처럼 보이게 만들 정도로 강렬하다.
설린저는 경기 후 스포츠 전문 방송 스포티비(SPOTV)와 방송 중계 인터뷰에서 "하위시드로 올라와서 2위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거둔 값진 승리"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설린저는 "계속 믿음을 갖고 슛을 던졌다. 체력에 대한 부담은 없다. 출전시간은 감독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아무 부담없이 다음 경기를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숀 롱과의 매치업에 대해서는 "숀 롱이 MVP가 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상대를 존중하면서 "오늘은 그저 내가 던진 슛이 잘 들어간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