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이 사건에 대한 결정을 미룰수록 관련 검찰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한 구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황제조사 의혹 등 공수처를 중심으로 불거진 신뢰성 논란과 맞물려 '결정 유보'의 배경에 여권을 배려한 정무적 판단이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불신의 시각도 일각에 존재한다.
'이규원 검사 사건'은 대검 진상조사단(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조사 실무기구)에 파견된 이 검사가 2018년부터 2019년 초까지 '김학의 사건'을 조사하며 작성한 '윤중천‧박관천 면담보고서'의 내용이 상당부분 허위이거나 왜곡‧과장됐으며 일부는 그대로 언론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골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변필건 부장검사)는 조사단 활동과 해당 보고서 내용이 알려지면서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윤갑근 전 고검장‧곽상도 의원의 고소 사건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검사 관련 공수처법상 고위공직자범죄 혐의(허위공문서 작성‧공무상 비밀누설 등)를 인지해 지난달 17일 관련법에 따라 사건을 공수처에 넘겼다.
그러나 공수처는 22일 현재 한 달이 넘도록 이 사건을 직접 수사할지, 또는 검찰에 다시 넘길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18일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제 의견대로 결정되는 건 아니다. (공수처 검사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만 했다.
이규원 검사 사건 내용은 이 같은 사건들의 '과정'에 해당해 별개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검찰로선 신문 일정을 짜는 것부터 시작해 수사 전략 전반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특히 이 검사 본인에 대한 소환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이 공수처에 사건을 넘겼기 때문에 배후로 지목된 이 비서관을 곧바로 조사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다만 "공수처 이첩 사건을 제외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확인하고 있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한편 최근 검찰 내 친(親) 정부 인사로 평가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황제조사' 논란과 맞물려 공수처가 "정권 방탄처"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규원 검사 사건에 대한 결정이 미뤄지는 현상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정치적 상황까지도 공수처가 두루 고려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청와대로 향하는 검찰 수사를 지연시키려는 목적이라는 시각이다.
일각에선 공수처가 이규원 검사 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 방침을 정할 경우, 이 비서관 관여 의혹 등까지 포괄적으로 공수처법상 '관련범죄'로 묶어 검찰에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실화 될 경우 공수처와 검찰 간 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