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단과 심의위는 검찰의 판단에 앞서 법률전문가들이나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기소가 적절한지 등을 1차적으로 살펴보는 기구다. 현직 중앙지검장이자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가 검찰을 불신하며 자신을 기소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판단을 외부 전문가들에게 맡겨보자고 공개 입장 표명을 한 모양새다. 법조계에선 "총장직을 고려한 여론전"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불법 출금 수사무마 의혹' 이성윤 "檢 편향·표적 수사 우려"
이 지검장 변호인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대검에 자문단 소집을 요청함과 동시에 수원지검에 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자문단은 중요 사안의 공소제기 여부 등을 심의하기 위해 검찰총장이 소집하는 자문기구로, 현직 검사와 형사법 전문 대학교수 등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심의위는 법조계 뿐 아니라 언론계, 시민단체 등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국민적 의혹이 있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과 관련해 기소‧불기소 처분 여부와 수사 적정성·적법성 등을 심의한다. 두 기구가 내리는 결정은 모두 권고적 효력을 지닌다.
변호인은 또 "일부 언론에서는 수사방해 외압에 법무부 검찰국 간부, 대검 반부패강력부, 안양지청 지휘부 등 다수의 검사가 관여됐다고 보도하고 있으므로 관련자들에 대한 심층적이고 균형감 있는 조사를 통해 외압의 유무, 외압이 있었다면 그 실체가 누구인지를 철저하게 밝힐 필요가 있음에도 수사팀은 오로지 이 검사장만을 표적삼아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아닌지도 염려된다"고 했다. 다른 의혹 관계자들을 일일이 언급하면서 본인의 억울함을 부각한 셈이다.
변호인은 이 같은 편향·표적 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의문점들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논리를 자문단·심의위 소집 의견을 낸 배경으로 제시했다.
◇쟁점은 함구한 채 檢 불신 '부각'…檢 내부 "총장직만 생각하나"
이 지검장은 2019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일하면서 김 전 차관 출금 직후 위법 정황을 발견한 수원지검 안양지청의 수사를 무마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지검장은 변호인을 통해 밝힌 이번 입장문에서도 2019년 당시 안양지청 차장에게 연락했는지, 연락했다면 무슨 얘기를 했는지 등 민감한 쟁점에 대해선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은 채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을 부각했다.
특히 이 지검장이 소집 신청권이 없는 '자문단 카드'를 꺼내든 것을 두고도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정무적 판단이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자문단 관련 내부 지침을 보면 자문단의 소집은 검찰총장이 사건과 안건을 정해 소집하며, 소집 건의 주체는 수사팀, 대검찰청 소관부서 등으로 제한돼 있다. 이 지검장 변호인이 심의위는 "신청"했다고 밝힌 반면, 자문단은 "요청"했다는 표현을 쓴 것은 이 같은 지침을 인지한 결과로 풀이된다.
자문단은 보통 수사팀과 대검 사이에 이견이 있을 때 소집되는데, 이 지검장 기소 방침을 두고는 양측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 지검장의 자문단 소집 요청은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가운데, 대검은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