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정치인에서 '논란' 도지사로, 최문순의 자충수

인사, 용인술, 현안해결, 정치철학 혹평
도청 조직, 민주당 피로도 호소

최문순 강원도지사. 강원도 제공
'불의'를 고발하는 기자에서 '권력'에 맞서는 정치인으로, 소통과 소탈의 이미지로 2011년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최문순 강원도지사.

하지만 3선 임기 1년을 남겨둔 2021년 4월 '최문순'은 '논란'의 대명사로 전락하고 있다.


강원도 밖에서는 한중문화타운을 둘러싼 논쟁이 전국 이슈로 부각되면서 만들어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지만 강원도 안에서는 누적된 '자충수'가 자초한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 지사는 감자, 도루묵 등 농수산물 판매와 친서민 행보로 박수를 받았지만 정작 도 행정에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혹평도 받고 있다.

인사, 용인술부터 잡음의 반복이다. 역대 비서실장들이 부인 산하기관 취업, 불법 선거운동 논란, 과도한 인사 개입 등으로 내부 불신을 키웠다. 영입했던 산하기관장들 중 일부가 채용 비리 의혹, 경영비리 속에 중도 낙마한 것이 대표 사례다.

현안 해결, 주요 시책은 희망과 성과 대신 실망을 안기기 일쑤였다. 평창 알펜시아 매각은 비공개 추진 방식을 고집하다 평창올림픽 호재를 살리지 못한 채 또 다시 장기과제로 남을 처지다. 낙관적 전망에 의존해 강행했던 춘천 레고랜드 사업은 강원도가 도유지를 비싼 값에 되사는 방식으로 연명하고 있다.

경쟁력이었던 '정치철학'도 퇴색되고 있다. 소통, 진보, 개혁, 정의의 첫 걸음은 해를 거듭할 수록 사안마다 갈지자 행보로 변질됐다. 정선 가리왕산 알파인경기장 설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추진 과정에서 지지세력들은 대부분 등을 돌렸다.

레고랜드 추진 과정에서 주요계약 변경 사항의 도의회 보고 누락 책임이 하급직원들에게 전가됐어도 보호 장치 마련은 뒷전으로 미뤄져 직원들의 사기를 실추시켰다.

도청 조직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실무진들의 위기 진단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지사의 강한 '목표 의식'과 '의지'로 추진되는 사업은 곳곳에서 잡음을 키운다. 외부 제안으로 시작한 강원국제전시컨벤션센터의 경우 재용역 끝에 끌어올린 경제성이 0.4대에 불과해 도의회에서 부결됐지만 5월 재상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지사가 속한 더불어민주당은 관계 설정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한 핵심당원은 "일부 참모와 일부 언론에서 대권 출마설 등을 제기하고 있는데, 당내에서는 차기 행보를 위한 무리한 사업이나 선언 대신 차기 지역 정치와 도정을 위해 벌려 놓은 일을 마무리해주고 원로로 남아주길 바라는 의견들이 많다"고 전했다.

한 민주당 도의원도 "공급자 중심의 행정이 아닌 도민, 유권자들 입장에서 도정이 수행돼야 하는데 최 지사 임기 동안 공급자 위주의 행정이 강행된 측면이 적지 않다. 남은 기간, 더 이상 새로운 일을 만들고 무리하게 추진하기 보다 우선순위 미해결 과제들에 정치력과 행정력을 집중하고 소통의 노력을 회복하는 모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광재 전 지사와 최 지사의 당선을 도왔던 강원도 시민단체, 진보진영 등이 주축을 이룬 레고랜드 중단촉구 범대위는 21일 성명을 통해 "사전적 의미의 거짓말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꾸민 말이라고 정의한다. 레고랜드 사태와 한중문화복합타운 사업과 관련한 최 지사의 수없는 발언은 사전적 의미에서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범대위는 "강원도안의 작은중국, 문화일대일로라는 표현이 외교적 수사이며 중국일대일로사업의 일환이라는 온라인상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최 지사의 주장은 외교적 수사가 무엇인지 의미 자체를 모르는 부적절한 언사이며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일대일로와 관련해서는 정부차원에서도 찬성이나 참여 입장을 낸 적이 없는, 외교적으로 가장 민감한 사안을 수사로 포장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최 지사의 국민감정 자극적 발언으로 인한 부끄러움은 3선이나 되도록 지지해준 강원도민의 것이 됐다. 강원도청 관계자들과 최 지사는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강원도민과 국민 앞에 정중히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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