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과 나눔의집·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이 모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는 21일 성명을 통해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책무를 저버린 재판부를 규탄한다"며 "이는 지난 30년간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고발하고 국제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 회복을 위해 투쟁한 피해자들의 활동을 철저히 외면하고 '국가면제'를 주장한 일본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1차 소송결과를 들어 "지난 1월 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가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관습법의 예외를 허용하며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판결의 의미를 스스로 뒤집으며 역사를 거꾸로 되돌렸다"며 "피해자의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했을 뿐 아니라 인권 중심으로 변화해가는 국제법의 흐름을 무시한 판결이 아닐 수 없다"고 성토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고(故) 곽예남 할머니와 김복동 할머니, 이용수 할머니 등 피해자 및 유족 20명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각하했다. 주권국가인 일본이 다른 나라의 재판 관할권으로부터 면제돼야 한다는 국가면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의연 등은 "실로 참담하다. 자국의 국민이 중대한 인권침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가 외국이라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인가"라며 "역사는 오늘의 판결을 부끄럽게 기록할 것이며 동북아 인권사를 후퇴시킨 민성철 재판장의 이름 또한 수치스럽게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원고 중 생존자는 네 분 뿐이다. 일본 정부는 지금이라도 일본군 성노예제라는 반인도적 범죄행위의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공식사죄·법적 배상하며 올바른 역사교육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우리는 이번 판결에 굴하지 않고 항소하여 다시 한 번 대한민국 법원에 진실과 정의에 입각해 판단할 것을 요청할 것"이라며 "동시에 한일 양국 정부가 피해자 중심의 접근에 따라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조속히 시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