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즈 신문이 지난 17일자 기사를 통해 코로나19 방역에 잘 대처해온 한국과 일본, 호주 세나라가 백신 접종에는 느림보 걸음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즈는 한국 등이 해외 백신에 의존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변이 바이러스 출현과 백신 부족 사태 와중에 이같은 더딘 접종으로 그동안 굳건했던 공중보건이 위기에 처하고 경제 회복도 미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OECD 국가 가운데 한국 등 이들 세 나라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영국의 비영리기구인 '글로벌체인지데이터연구소'가 운영하고 있는 '아워월드인데이터'사이트 등 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대비 백신 접종률은 19일 현재 3.15%로 OECD 가입국 37개국 가운데 34번째다. 이어 일본이 15일 현재 0.93%로 36번째, 호주가 0.62%로 가장 낮다.
미국 역시 38.7%의 접종률로 4번째로 높게 나타내고 있고 중남미의 칠레조차 40%를 넘기며 접종률 상위 3번째에 자리잡고 있다. 멕시코와 콜롬비아도 각각 8.6%와 4.6%로 한국보다 높다.
중국은 13.7%, 브라질 11.7%, 러시아 6.8%, 인도네시아 3.95%, 캄보디아 7.5%, 방글라데시 3.45%로 일부 저개발국들도 한국보다 높은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접종률은 유럽 평균 접종률 17.1%나 세계 평균 접종률 6.34%는 물론 아시아 평균 3.46%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국의 백신 접종률은 2차까지 접종한 '완전 접종률'을 기준으로 보면 순위가 더 떨어진다. 19일 기준 한국의 완전 접종률은 0.12%로, 호주 다음으로 가장 낮고 일본보다도 뒤쳐진다. 유럽 평균 (6.39%)이나 세계 평균(2.55%), 아시아 평균 (0.91%)에도 역시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백신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이런 계획은 미뤄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세계의 백신 공장으로 불리는 인도가 최근 국내 확진자가 급증하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수출을 금지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얀센 백신 등을 생산하는 미국은 원래 2차 접종까지만 하려던 것을 넘어 3차 접종까지 고려하고 있다.
장요한 안동대 생명백신공학과 교수는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방식인 mRNA 방식의 백신은 면역원성이 낮다"며 "그래서 최소 2~3회는 접종해야 한다"고 밝힌 뒤 "이렇게 되면 해외 수출이 막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백신 접종률 1위인 이스라엘 역시 벌써부터 내년도 백신 욕심까지 내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계적으로 백신 품귀 현상이 심해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럼 한국과 동일하게 해외 백신에 의존하고 있는 콜롬비아나 멕시코, 캄보디아 등 저개발국들은 어떻게 한국보다 높은 백신 접종률을 보이고 있을까? 중국산 백신과 러시아산 백신을 적극 도입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나라가 콜롬비아다. 4.6%의 접종률을 보이고 있는 콜롬비아는 접종 백신의 86.4%가 중국산 시노백 백신이다. 나머지는 화이자 백신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안정적인 상황이 유지됐기에 백신 접종에 대한 필요성이 강하지 않았다"며 "물론 경제 상황을 생각하면 빨리 접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백신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면 버티는 수 밖에 없다"며 "백신 접종률이 높은 칠레나 인도도 최근 하루 확진자가 폭증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만큼 백신 접종률만 갖고 따질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산이나 러시아산 백신 도입에 대해 그는 "최근 각종 백신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신뢰성이 낮은 중국산이나 러시아산 백신이 국내에 도입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결국 국산 백신 개발 밖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셈인데, 현재로서는 올해안에 개발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장요한 교수는 "국내 업체들이 올해 말쯤 임상 3상에 들어간다"며 "그렇게 되면 내년 초쯤에나 국산 백신이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